연욱이네집 바람이 머무는 집


연욱이는 나린이랑 같은 반 친구다.

위로 중학생 누나랑 일곱 살 여동생이 있다.

두 살 때 아토피가 너무 심해서 분당에서 이사 온 아이다.

항상 피딱지와 고름으로 얼룩져있던 그 당시 연욱이의 얼굴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연욱이네 가족은 오래된 흙집을 아주 조금만 고쳐서 이사 왔다.

남들이 대대적인 집수리를 하거나 새집을 지어 이사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이 작은 흙집에서 다섯 식구가 살고 있다.

여름이면 비가 새고 겨울엔 벽사이로 바람이 슝슝 들어오지만 햇살 한가득 들어오는 마당만큼은 그 어느 새집 안 부럽다.


마당 앞 반석위에 앉아 긴 빨랫줄에 걸린 옷들 사이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볼 때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번듯하게 새집 지어 이사 온 우리집 마당에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따뜻함이다.

보통 대지보다 집을 높게 올리고 방풍을 위해 덧문을 달거나 현관 앞에 데크를 두는 현대식 집구조가 아닌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이리라.

문을 열면 바로 마당이다.

집과 땅의 단차가 거의 나지 않아 마치 그대로 땅위에 앉아 있는 느낌, 그래서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집 주변을 감싸고 있는 낮은 돌담도, 곧 허물어질 것만 같은 헛간도 내 눈엔 다 멋져 보인다.


"언제 집 짓냐?

 예윤이도 이제 중학생인데 방 하나 따로 마련해줘야지.

 언제까지 다섯 식구가 그 좁은 방에서 같이 잘 거냐?

 여름에 폭우 쏟아지면 언제 집 허물어질지 모른다...."

 

등등 이웃들은 이 집 얘기만 나오면 한마디씩 한다.


집 안주인도, 아이들도 이 집을 닮았다.

큰 불만없이 이 마당에 가득 고인 햇살처럼 흙처럼 편안하고 따뜻하다.

바라건데 조금 튼튼하고, 많이 춥지 않고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나도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

아이들 커서 독립하고 언젠가 홀로 지내게 된다면.....   


지난주 토요일 마을 주민 책만들기 수업을 하는 동안 아이들을 연욱이네 집에 맡겼다.



오전에 가서 놀고, 점심으로 연욱이 엄마가 끓여준 라면을 잔뜩 먹고 마당에 나와 저녁까지 또 논다. 


아궁이 수리하고 남은 벽돌이 헛간 옆에 쌓여 있었나보다.
그 벽돌로 나린이는 화덕을 만들었다.
위에 솥이라고 올려 둔 건 이 집 강아지 '번개'의 밥 그릇.

여린 봄쑥이 올라왔다.

이번엔 연욱이와 함께 아궁이를 만든다. 


동생들은 열심히 벽돌을 나른다.

"야 더 가져와."

언니 오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척척 날라주는 꼬마 벽돌쟁이들.


진지하게 아궁이 구조에 대해 상의 중.

이제 땅파기 놀이에 돌입했다.


땅파기 고수는 단연 연욱이다.
이 자리는 연욱이가 어릴 때 이미 파 놓은 구덩이.
엄마가 밤에 지나다가 빠져버려서 메꿔 놓았는데
아이들이 다시 파기 시작했다.
땅 속에서 연욱이가 묻어 둔 온갖 것이 다 나왔다.
건전지, 장난감 자동차, 소라 껍데기, 구슬....
 
연욱이네 뒷 집에 놀러온 여자아이도 합류했다.
나린이, 연욱이랑 같은 학년이다.
청주에 사는데 식구들이랑 할아버지네 놀러왔다고 한다.
마당만 기웃거리며 아이들 주변을 탐색하다가
어느 순간 함께 땅파기 놀이에 빠져버렸다. 

도대체 어디까지 팔라고?

집에 안 간다해서 저녁에 다시 데리러갔다.
그 사이 아이들은 냇가에 가서 신발을 홀딱 적셨고
집 앞 느티나무 군락지에서 나무와 함께 놀았다고 한다.

나린이는 놀다가 다친 상처를 보여주었다.
손바닥에 피가 났고, 무릎, 허벅지에 멍이 들었다.
가시도 여기저기 박혔다.

 아직 이렇게 놀아 주어서 다행이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냥 아이들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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