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일기 바람의 아이들


저녁을 먹고 식탁에 앉아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엄마, 나 노트북으로 일기 쓰면 안 돼?”


뜬금없이 지오가 물었다.

초등학교에서 이제 겨우 선긋기 연습을 하고 있는 아이가 일기를 쓰겠다니.

그것도 노트북으로?

언니한테 배웠는지 유치원에서 배운건지,

어쨌든 지오는 나도 모르는 새 글자를 깨쳤다.

집에서 혼자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며

스케치북 한켠에 짧은 글을 적기도 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기를 쓰겠다니.


넌 아직 일기 안 써도 돼.”

언니도 매일 쓰잖아. 나도 쓸래.”

그럼 공책에 써도 되잖아.”

엄마도 노트북에다 쓰잖아.”


그래, 뭐 쓰겠다는데 말릴 필요 있겠냐 싶어서 노트북을 열어 주었다.

아무도 못보게 노트북 화면을 가린 채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글자를 써 내려간다.



엄마, 2발 자전거는 숫자로 2발이라고 써? 아니면 한글로 두발이라고 써?”

엄마, ‘가 맞아. ‘가 맞아?”

엄마, 예전에 라고 하면 내가 7살 때를 말하는 거지?”

엄마, ‘저번에라는 말 말고 좀 더 좋은 말 없을까?”

  끊임없이 질문이 이어졌다. 


'뭐란 말이냐? 이 질문의 내용은...'

벌써부터 이렇게 문장력을 따지고 들다니.


대체 뭐냐? 너란 아이.


"엄마, 다 됐어. 이제 봐도 돼."



언젠가 '작가 지오' 라는 이름을 단 작품을 기대한다.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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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가 일기를 쓰고 있을 때 난 그 옆에서 뭔가에 골몰해 있는 중이었다.
당장 낼모레부터 시작해야하는 마을주민들 책만들기 수업.
드로잉만 하면 수월한데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서 책으로 엮어내야하니
첫 시작을 어떻게 하고,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끌고 가야할지
몇날며칠째 고심중이다.

어제 이 마을 출신이기도 한 백** 선생님이 세 시간 정도 글쓰기 강연을 하셨다.
 그 수업 이후 지금까지 내내 마음이 불편했는데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됐다.
기자 출신에다 주로 대기업에서 실용 글쓰기 강연을 많이 하시는 강사님의 강연이
내가 생각한 이 수업의 의도와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강사님 이력이 워낙 화려해서 내가 가진 의문과 불편함의 이유를 찾아내는데 한참이 걸렸다.


수업은 총 25강.
정해진 프로그램 계획안은 아직 없다.
눈뜨고 있는 일분 일초 모든 시간동안 온통 이 수업에 대한 생각뿐이다.
온갖 글쓰기관련 책들을 다시 보고 있다.
여하튼 앞으로 이 수업과 관련된 모든 것을 무작정 기록해 볼 작정이다.
위에서 언급한 불편함의 이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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