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10주년 기념 프로젝트 소소한


올해로 귀촌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도시에서 내려온 이웃이 꽤 늘었고, 함께 울고 웃으며 잘 지내왔다.

언제부턴가 그런 이웃들의 별별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는 욕구가 들곤 했다.

니어링의 후예를 꿈꾸며 내려와 좌절한 이야기,

새벽부터 밤늦도록 농사지어도 별반 나아지지 않는다며 한탄하던 동네 언니들 이야기,

작물을 심었다가 고라니랑 두더지에게 홀딱 뺏긴 이야기,

한해 농사를 홀랑 망친 이야기,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제 자식처럼 마을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도시의 문화생활 부럽지 않게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구축해낸 별별 이야기.

밥숟가락 몇 개인지 알 정도로 맨날 봐도 질리지 않는 사람들.

토종 종자를 지켜온 **언니,

바느질하고 수놓는 ** 언니,

마을 사람들 두루두루 챙기는 오지라퍼 **언니,

남편과 티격태격하며 오만가지 농사 다 짓는 **, 

그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직접 써서 글과 그림으로 책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여름, 동네 무인카페 아낙에서 이런 생각을 말했을 때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이던 아랫집 언니가

 그거 하면 되지 뭐. 걱정하지 마, 돈은 내가 어디서 끌어 올게.”

그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마을주민들과 드로잉 수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 일이 이렇게 빨리 실현될 줄이야.

올해 충북문화재단 지역특성화 지원사업에 아랫집언니가 기획안을 휘리릭 써내서 당선됐다.

면접 심사에 25분이나 지각했는데 말이다.

가는 동안 왜 안 오냐는 전화를 두 번이나 받았고,

도착해보니 심사위원 세 명과 지원자 두 팀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는 좌석 배치.

(저러고 25분이나 우릴 기다렸단 말이지.)

화장실이 무척 급했지만 바로 면접장으로 직행. 면접 내내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다행히 아랫집 언니의 뛰어난 언변으로 면접을 마쳤으나 그때도 반신반의했는데.....

올해 천오백만원을 지원 받아 마을 주민들이 자기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 세상의 모든 드로잉" 

오지라퍼 아랫집 언니, 훌륭하오!

 

내 귀촌 10주년 기념 프로젝트가 될 듯.

한 해동안 사람들 이야기속으로 즐겁게 들어가 봐야겠다.


"슬픔이든 기쁨이든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축복 같아요.

이야기가 있는 사람은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알고 들려줄 줄도 아니까요.

우리 마음속 이야기는 누구보다 우리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달되길 바라는 진심어린 편지 같아요."


- 땀의 편지글 중에서






여보. 내가 박보검처럼 그려줄게.”

송면중 교감샘을 그리는 **언니.

박보검 보다 더 멋지게 그렸지요.

이제 곧 손자를 볼 나이지만 언제나 소녀 같은 귀여운 언니.




붉나무를 그리고 있는 **언니.

이거 소금나무라고도 해.”

언니와 산책하면 풀과 나무와 이 마을의 역사에 대해 주워듣는 이야기가 참 많다.

내가 처음 이 동네에 왔을 때 언니는 두 살 된 다섯째를 등에 업고

집 짓는 인부들의 밥과 참을 지어주고 있었다.

노란 고무줄로 천기저귀를 차고 맨발로 걸어 다니던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그 아이를 데리고 산을 넘어 집으로 돌아가던 언니 모습이 생각난다.

산골짜기 옹달샘에서 아이의 얼굴을 씻기고 길도 없는 산속으로 사라지던,

순한 짐승 같던 언니의 뒷모습.





농사 짓고 솔뫼농장 가공 공장에도 출근하며 삼남매도 뚝딱 키워낸 **언니. 

지난 겨울, 가족들과 미얀마 여행을 다녀와서 작은 드로잉북을 수줍게 보여주었다.

여행지에서 본 풍경과 에피소드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드로잉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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