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허세라스~ 그림일기



지난 5월, 생애 첫 선글라스를 구입했다.

식구들이 모두 잠든 어느 주말 밤,
전부터 사고 싶던 선글라스 검색에 돌입했다.
몇 개 봐 둔 게 있었다.

결재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하는 행위는
이미 찜해 둔 걸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보고 또 보기.
고가일수록 그 횟수는 많아진다.

내 눈에 들어온 건
마스카(브랜드명) 블론디(제품명) 로즈핑크.
 요즘 대세인 미러.
게다가 유니크한 팔각 프레임.

핫한 여자 연예인과 모델들이
공항패션으로 착용했다는 게 포인트.

마흔 중반의 시골 아줌마라는 본분을 잠시 망각했다.
그때 나는 스페인의 어느 뜨거운 도시를 거닐고 있었다.
그런 내게 멋진 선글라스를  씌워주고 싶었다.
수십 번 보고 또 보기에 지친 뒤에야
 결제 버튼을 눌렀다.
자정이 지난 시각이었다.

다음 날 아침, 부랴부랴 구매 취소 버튼을 찾았다.
공지사항을 보니 취소는 회사에 문의하란다.
월요일 아침부터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출근 전인지 전화를 안 받았다.
그때 제품을 발송했다는 문자가 왔다.

'받아보고 반품해야지.'

물건이 도착했다.
써봤다.
멋졌다.
과감히 텍을 떼버렸다.
아이들이 선글라스 낀 나를 보고 웃었다.

"엄마, 너무 웃겨. 
메뚜기 같아.
모양이 왜그래?"

개의치 않았다.
운전할 때도
괴산 장날에도,
읍내 거리를 거닐 때도
열심히 쓰고 다녔다.

그리고 며칠 전에 잃어버렸다.

읍내에서 볼일을 볼때 차문을 잠그지 않는데
잠시 가게에 들른 사이에 누군가가 훔쳐간 거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당황한 부분은 도난을 당했다는 사실이었다.
며칠 비우는 걸 빼고는 집을 나설때도 문을 잠그는 법이 없다. 
  장기간 배낭 여행을 다일 때도 도난을 당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심지어 종각역 지하도에 흘린 지갑이
고스란히 택배로 돌아온 적도 있었다. 
(누군가 지갑 안에 있는 안경점 명함을 보고 전화를 걸어
내 연락처를 물어본 것.)

대낮에 누군가 내 차문을 열고 
케이스를 통째로 집어가다니...
불시에 옆구리를 가격 당한 기분이었다.  

내 생애 첫 선글라스
연예인 선글라스
팔각 프레임 선글라스
미러 선글라스
비싼 선글라스를
두 달만에 잃어버렸다.

이상하게 기분이 홀가분해졌다.

마치 선글라스가 아닌
내 허세를 도난 당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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