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 쓸모가 없어." 그림일기



자전거 타고 선유동 계곡에 다녀오다가 할머니를 만났다. 


도롯가 바로 옆에 앉아 연신 호미질을 하고 있던 할머니.
자전거를 세워두고 길 건너편에 서서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트럭이 쌩하고 지나가면
할머니는 휙하고 날아갈 것만 같았다.
몸을 말고 앉은 작은 체구가 위태로와 보였다.

"할머니, 여기 위험한데 좀 더 안으로 들어가세요.
근데 지금 풀뽑고 계신거예요?"

할머니 손길이 훑고 지나간 마당은
비질이라도 한 것 마냥 깔끔했다.
자잘한 돌멩이를 그러모아 돌을 쌓았고
그렇게 쌓은 돌들은 
집 마당을 둘러싼 낮은 담장이 되었다.

"심심해서. 젊은 사람은 좋은 일해서 좋겠어.
난 늙어서 쓸모가 없어."

이가 다 빠졌는지, 할머니 말을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자식 얘기, 며느리 얘기를 한참 하셨다.

"책을 보고 싶어도 눈이 아파서 못보겠고
어디 갈데도 없고 심심해. 그래서 만날 풀이나 뽑아.
젊어서 좋아. 난 늙어서 쓸모가 없어.

아이고 고마워. 내 얘기 들어줘서."
 


손 흔들며 담에 또 보자고 인사하는 내게
환한 웃음을 보여주던

아흔 넷, 박승대 할머니.

풀 한 포기 없는 마당과 돌담과
예쁜 꽃들 가득 피어있는 정원.
내가 엄두도 못 낼 일을 하는 대단한 할머니.
엄지 척! 박승대 할머니.
나랑 가운데 이름자가 같다고 좋아하던 할머니.
지나가다 보면 또 알은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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