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내 방이야." 소소한




집에 있을때 내가 주로 머무는 공간은 부엌 식탁.
우리집 식탁의 절반은 내가 쌓아놓은 책과
공책과 온갖 펜들로 늘 뒤죽박죽이다.
밥때가 되면 식탁위에 놓인 물건을 옆으로 쓱 밀어버리고 밥상을 차린다.
밥상을 물리고 나면 식탁이 내 책상이 된다.
이런 식탁에 앉아 뭔가에 집중하기란 퍽 난감한 일.


나만의 공간, 나만의 책상이 필요했다.


그 염원이 이루어진 건 작년 12월.

아는 분이 독립출판으로 동화책을 만든다고 해서
글에 들어갈 그림을 그려야 했다.
채색 도구를 늘어놓고 작업할 공간이 필요했고
몇 달간 정목수에게 요구했던 책상이
곧바로 만들어졌다.

'오호~ 멋져멋져. 나 작가가 된 것 같아.'

상상엔진이 막 가동 될 것 같은 이 느낌.
가벼운 엉덩이가 바윗덩이처럼 묵직해질것 같은 이 기분.
  

"이제부터 여긴 내 작업실이야."

 




"여긴 내 방이야. 올라올 때 노크하고 와!"

몇 달 만에 나린이한테 방을 뺏겼다.
'문짝도 없는데 뭔 노크람.'

인형 친구들이 줄줄이 이사했고,
정갈했던 마룻바닥이 온갖 잡다한 물건으로 나뒹굴기 시작했다.
내 색연필, 마카, 물감은 모두 나린이 차지가 됐다.

"작은 방은 내 방이야."
언니 말이 끝나자마자
지오가 바로 아래층 방을 찜해 버린다.

  '내 방은 어디인가?'

겨울에 책 작업이 끝난 뒤 
나의 작가 코스프레 놀이도 끝났다.
저기서 뭔가 작품이 탄생하리라 기대했는데.
역시 엉덩이가 가벼워.
그 사이 나린이가 저 방을 차지해 버린 것.
난 다시 부엌 식탁으로 복귀해야만 했다.

나린이는 날마다 저 책상에 앉아
혼자만의 작업을 한다.
종이로 오리고,붙이고, 칠하고...

내가 못할 바엔 어린 작가라도 키워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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