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감격스러운. 소소한


어제 하루.

오전에 사피엔스 책 소개 글 써서 밴드에 올리고,

입석에 사는 미경언니네 집에 가서 함께 나물을 뜯었다.

차를 마시며 언니는 유튜브로 몇 곡의 노래를 선곡해 들려주었다.

요즘 자기가 좋아했던 곡들을 골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는다고 했다.

너 숀 필립스 알아?”

아니 처음 듣는 이름이야.”

쩍쩍 갈라진 메마른 땅 위에 앉아 검은 망토를 두른 채 기타를 연주하는 남자.

금발의 긴 머리카락이 망토 위에 가지런히 드리워져 있다.

이 기이한 뒷모습의 남자가 부른 노래 한곡에 완전히 매료돼 버렸다.

https://www.youtube.com/watch?v=FsajhQDTI0U


https://www.youtube.com/watch?v=VuML414hiVU


https://www.youtube.com/watch?v=QtNEFJ3uyS4


아니 이런 싱어를 이제야 알게 되다니,

 이런 멋진 남자를 알게 해줘서 고마워 언니,”

 

미경언니네 집을 나와 농바우 사는 현주네로 갔다.

, 아낙 가자. 우리 모여서 김밥 먹고 두 시간만 놀기로 했잖아.”

초등학교 봄소풍 날.

애들 싸주고 남은 김밥을 가져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한 날이다.

현주를 태워 동네 무인 카페 아낙으로 갔다.

태임, 선주, 혜윤 씨랑 뒤늦게 온 희진 언니랑 김밥을 먹고 수다를 떨었다.

아낙에 있는 전자 피아노를 현주가 연주하고 선주가 노래를 부른다.

반주에 맞춰 담이랑 손잡고 춤도 춘다.

비가 쏟아질 것 같다.

아낙 앞에 있는 효선 언니네 오미자 밭에서 퇴비 몇 포대를 실었다.

우리 오미자 밭에 뿌릴 퇴비를 효선 언니한테 사기로 했다.

차로 여러 번 실어 날라야 할 것 같다.

 

현주를 집에 데려다주고 오미자 밭으로 올라갔다.

부직포를 걷고 가지치기를 하고 퇴비를 뿌려줬다.

비가 쏟아진다.

 

집 안으로 들어와 어제 사온 열무 두 단을 다듬고 씻었다.

아이들 돌아올 시간.

우산 들고 다못골 다리로 마중 나갔다.

열무를 소금에 절여 놓고 저녁을 지어 먹고

밤에 열무김치를 담갔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김치 한번 담그는 것 조차

얼마나 버거운 일이었던가? 

하루에 이렇게 많은 일을 했다니...

이런 게 가능한 시절이 오긴 오는구나.


너무나 감격스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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