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책소개-사피엔스/유발하라리 솔멩이골작은도서관


솔멩이골 도서관을 맡기로 결심했을땐,

도서관 청소와 책관리 정도만 할 생각이었다.

하다보니 신간도 구입하고 책소개도 하게 되고,

그림책 읽기 모임까지 생겼고, 후원금 모금까지 하고 있다.

일이란 그런 것,

예측하지 못한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지난번 도서관에 새로 들여놓은 책 중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

두껍지만 술술 읽히더라는 평이 대부분인데, 

술술 읽히지만 이 엄청난 인류의 거시사를 어찌 빨리 읽어치우랴? 

라고  혼자 생각하며 5개월에 걸쳐서 읽었던 것 같다.

도서관 밴드에 책소개 한다고 올려 놓았으니,

밑줄 쫙쫙 그어놓은 대목을 처음부터 되짚어 가며

실로 오랜만에 독후감이란 걸 써봤다.

책소개 글을 쓰던 말던 아무도 신경 안쓸텐데

그래도 이렇게 글로 정리해보니 그 내용이 온전히 내것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작년에 워낙 화제가 되었던 책이라 이미 읽은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빅뱅에서부터 유인원 사이보그까지, 방대한 역사의 요약이라 이야기꺼리가 정말 많은 책입니다. 생물학, 역사, 종교, 신화, 과학 등 수많은 지식을 종횡무진 누비지만 명료한 문체와 핵심을 잡아내는 저자의 놀라운 통찰력으로 방대한 역사가 술술 읽힙니다. 곳곳에 스며있는 그만의 냉소적인 유머를 읽어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워낙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다보면 각 분야 전문가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 있겠다 싶은데, 근거와 사례를 들며 단순 명료하게 핵심을 요약하는 그의 자신감이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이 책을 쓸 당시가 삼십 대 중반, 1976년 생. 저보다 어리네요.

채식주의자라서 그런지 인류역사를 인간중심으로 서술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동물의 생명권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많아요.또한 책 후반부에 종교 이야기할 때 불교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인터뷰 기사를 보니 매일 두 시간씩 명상을 한다고 하네요. 자신의 통찰력의 원천이 명상이라고 한 강연에서 말하기도. 매년 2달씩 위파사나 집중 명상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책뿐만 아니라 사람 자체도 참 매력 있는,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은 저자예요.(사심 폭발!!)

 

우리가 배운 역사의 진행 방향이 과연 올바른가? 내내 의문을 던지게 하는 책 속으로 들어가 보지요.


이 책은 크게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 이렇게 4부로 구성되어 있어요.

인지혁명이란 약 7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방식을 말하는데요. 인간의 언어가 진화한 것은 소문과 수다 때문이라고 합니다. 뒷담화이론이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해서 인간이 상호신뢰하고 연합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는 겁니다. 단순한 상상을 넘어 집단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됨으로써 공통의 신화들을 만들어 냈고 그런 신화들 덕분에 여럿이 협력하는 유례없는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죠.

우리도 모이면 소문과 뒷담화과 난무하죠. 그럼으로써 서로 가까워지고 신뢰도 생기고 이런저런 일도 벌이고... 그게 다 사피엔스 시절부터 그랬다는 겁니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았다는 급진적 환경보호운동가의 말은 믿지 마라. 산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물들을 아울러 가장 많은 동물과 식물을 멸종으로 몰아넣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생물학의 연대기에서 단연코 가장 치명적인 종이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사피엔스가 지구의 다른 종을 절멸시킨 강력한 도구가 바로 이 인지혁명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씀.

수렵채집에서 농경생활로 접어들면서 식량을 확보하고 안락한 시대를 열게 되었다는 역사도 뒤집지요.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고.’

초기 농부들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인구가 늘고, 면역력이 떨어지고, 전염병이 늘어나고 내일 먹을 식량을 위해 끊임없이 노동에 시달리게 되고 단일 작물로 인해 대기근이 발생하기도 하지요. 또한 도시와 강력한 제국이 형성되고 농부의 잉여식량을 뺴앗는 지배자가 군림하게 되며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지요.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농업혁명의 핵심이 이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있게 만드는 능력. ... 농업혁명은 덫이었다.”라고.

농업혁명으로 강력한 제국이 생기자 사회적 결속을 위해 가상의 이야기들을 지어냅니다.

신화, 종교, 민주주의, 자본주의, 자유, 평등이라는 가치 등 이 모든 것이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의 질서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역사는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를 믿게 만들어왔죠. 많은 근거와 사례로 이 상상의 질서를 설명하는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문화는 자신이 오로지 부자연스러운 것만 금지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지만,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 부자연스러운 것이란 없다. 가능한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것이다. 정말로 부자연스러운 행동, 자연법칙에 위배되는 행동은 아예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금지할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 자연에는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 없고 그걸 금기하는 건 인간이 만든 문화라는 거죠. 이를 바탕으로 동성애, 여성,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의 고정 관념을 흔들어 놓습니다.

과학혁명은 무지의 혁명이었다고 말합니다. 무지를 인정하는 순간 알고자 하는 욕구와 탐욕이 생기고 이는 신대륙을 식민지로 만든 제국주의와 연대하게 되고, 자본주의로까지 연결되지요. 근대 이전에는 신과 현자들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믿었지요. 무지를 인정한 현대 과학은 새로운 지식 획득을 목표로 삼고 짧은 기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합니다. 새로운 지식을 얻고 적용함으로써 어떤 문제든 다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죠.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예측하지 못한 수많은 문제와 마주하게 되죠.

 

후반부로 갈수록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이야기는 어두워집니다.

우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역사의 다음 단계에는 기술적,유기적 영역뿐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정체성에도 근본적인 변형이 일어나리라는 생각이다. 또한 이러한 변형은 너무나 근본적이어서 사람들은 인간적이라는 용어 자체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만일 사피엔스의 역사가 정말 막을 내릴 참이라면, 우리는 그 마지막 세대로서 마지막으로 남은 하나의 질문에 답하는 데 남은 시간의 일부를 바쳐야 할 것이다.‘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빠르게 발전하는 사이보그 공학, 유전공학, 생명공학 등 인간의 기술은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SF영화에서 본 암울한 미래를 떠올리면 섬찟하지요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 윤리적으로 브레이크를 걸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마지막 장에서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 이 질문이 섬뜩하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두 페이지에 걸친 저자의 후기가 있는데 그 마지막 문장,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

라고 588페이지에서 끝이 납니다. 뭔가 더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왠지 끝나지 않은 것만 같은 느낌이 팍~

역시나. 사피엔스 후속으로 호모데우스-신이 된 인간5월 말에 출간 예정이라고 합니다.

히브리어로는 2015년에 나왔다네요출간 즉시 우리도서관에도 구비해 놓겠습니다.

 

내가 지금 믿고 있는 사실과 가치가 과연 맞는 것인지, 너무 쉽게 믿어버리고 더 이상 의심하지도 알려고도 들지 않는 건 아닌지? 계속 반문하게 만드는 사피엔스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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