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벚꽃 소소한

드디어 솔멩이골 가로수길에도 벚꽃이 폈다.

이 반갑고 짠한 기분은 뭐란 말이지?

 

주말 동안 열 때문에 잠을 잘 못잔 지오.

평소 같으면 바로 일어났을 텐데.

일어나야지하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아직도 한밤중이다.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그냥 두기로 한다.

나린이는 먼저 학교 가고,

열시가 가까워서야 방긋 웃으며 나오는 지오.

 

엄마, 왜 안 깨웠어?”

 

깨웠는데 네가 안 일어났어.

네 몸이 더 자고 싶다고 너한테 그랬나봐.

그럴 땐 푹 자야해

 

아침을 먹고 지오를 차에 태워 유치원으로 가는 길.

지난주까지 앙상하던 벚나무에 분홍 꽃잎이 달렸다.

다른 지역의 벚꽃이 한 창 만개한 뒤 꽃잎이 흩날릴 때도

이 가로수길 벚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고 있었다.

이 길을 지나치면서 늘 생각했다.

이상한 벚나무를 심었어.

싹 다 뽑아버리고 다른 수종의 벚나무를 심어야 해.‘

 

그런 벚나무에 드디어 꽃이 폈다.

수줍게 비를 맞고 있다.

튀겨지다 만 팝콘처럼 소박하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 거지.”

 

그래 지오 말대로 추워서 늦게 폈나보다.

꽃이 펴 준 것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악담을 퍼부은 것에 미안했다.

우중충한 날씨에 마음이 화사해졌다.

탐스럽고 화려한 벚꽃길 보다

듬성듬성, 노년의 머리카락 같은,

소박한 우리동네 벚꽃길이 더 좋다.  


그러니, 늦게라도 좋아.

내년에도 꼭 꽃을 피워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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