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기 인터뷰라? 히말라야 여행기


지난달, 신혼여행 관련 취재하다가 내 책(허니문 히말라야)을 발견했다며

한국관광신문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휘리릭 써서 답 메일을 보냈다.

십 년이나 지난 신혼여행기라니?

말이 허니문이지 달달한 기억은 없는 허니문 히말라야.

차라리 고급 리조트와 해변이 있는 휴양지나 갈걸. 하고 후회했던 허니문 히말라야.

그래도 신혼 초에 글 쓰고 그림 그려서 나온 내 유일한 책 허니문 히말라야.

인터뷰에 답하며 떠올려보니 그래도 잘 갔다 왔단 생각이 드는 허니문 히말라야.


하여튼 날마다 메일 보내야 하는데라고 노래 부르면서 쉬이 쓰지 못했던, 

결국 마감날인 오늘에서야 급하게 써서 보낸 허니문 히말라야.


 



(종결어미 생략하고 수다 떨 듯 말할게요. 능숙한 솜씨로 편집해 주시리라 믿으여....)

 

1. 허니문을 히말라야로 가게 된 이유와 어떻게 준비했는지?

 

결혼 전 혼자 7개월 정도 네팔, 인도, 티벳, 파키스탄, 중국을 다녀옴.

그 여행이 도시생활자를 종결짓는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됨.

여행 다녀와서 다시 직장 다니는데 번번이 6개월을 넘기지 못하다 아예 영원히 관두기로 함.

서른 중반, 백수가 되어 집 근처 공방에 자전거 타고 가서 목공 배우고, 공방 옆에 있는 전원카페에서 알바함.

그때 전부터 같은 환경단체 회원이었던 남편이랑 연애했고(2006년 새만금 방조제 건설 반대 운동하며 가까워짐)

같이 시골 가서 살기로 함.

귀농한 친구가 살고 있는 괴산에 가서 살 집 먼저 구해놓고 결혼식 마치고 신혼생활 시작.

한옥 학교 나온 남편은 집 짓는 목수 생활 시작.

그때 한 출판사와 계약하고 히말라야 여행기 원고 작업 시작함.

돈 아끼려고 신혼여행 안가기로 했는데,

남편이 먼저 네팔에 갈까?” 하고 제안함.

그 말에 꽃망울이 툭하고 터지듯 히말라야의 풍경이 화들짝 펼쳐졌고,

마침 여행기 쓰면서 포카라에서 만난 소년과 히말라야 산 속 아이들이 계속 생각나던 중이라

마음을 바꿔 신혼여행 가기로 계획을 변경,

단 며칠 만에 티켓팅하고 짐 꾸려서 휘리릭 가게 되었음.

 

2.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순간을 두 가지 꼽자면?

 

첫 번째)일주일간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했는데,

베이스캠프(4130m)에서 잘 때 새벽 세 시쯤 남편이 깨워서 밖에 나감.

 털모자, 목도리, 장갑으로 무장하고 매트 깔고 앉아 둘 다 말없이 밤하늘을 올려다 본 기억,

이른 새벽의 묘한 기운이 감도는, 낯선 행성에 떨어진 듯한 기운에 압도당함.

 

두 번째)출국을 하루 앞두고 남편은 피씨방 가고 난 쇼핑하러 나섬,

그때 거리에서 티베트 독립을 외치며 거리로 나온 시위대를 만남,

우리가 간 때가 우기라서 소나기가 자주 내렸는데 장대같이 퍼붓는 빗속에서

‘SAVE TIBET','NON VIOLENCE'라 적힌 주황색 머리띠를 한 티베트 시위대를 따라

타멜거리를 지나 왕궁 근처까지 가게 됨.

거기서 경찰이 시위대를 에워싸고 티베트인들을 막무가내로 끌고 가 경찰차에 태우기 시작.

할머니 한 분이 두 명의 여경에게 끌려감. 그걸 저지하려다 나도 끌려감.

다음날 비행기 타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다 단추 떨어지고 옷이 뜯긴 채 간신히 빠져나옴.

 

3. 히말라야 허니문을 다녀오고 어떻게 인생의 경로가 바뀌었는지?


1번에서 이야기함. 허니문 전에 나홀로 히말라야 여행에서 인생의 경로가 바뀌었고

허니문은 그렇게 나를 바꾼 히말라야를,

속리산에 둥지를 튼 내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 보고 싶어서 다녀옴.

어쨌든 지금 10년째 여기 괴산, 속리산 자락에서 두 딸 아이와 함께

남편이 손수 지은 집에서 잘 살고 있음.

 

4. 작가님과 같은 허니문을 꿈꾸지만 현실적인 상황으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은?

 

현실적인 상황이 뭘까요? 물론 각자 다르겠지만.

히말라야를 허니문으로 정했다면 둘 다 산과 걷기를 좋아하는 거 아닐까요?

그럼 다녀오면 되지 않을까요? ㅋㅋ

 

5. 히말라야 허니문 말고 또 다른 작가님의 여행얘기가 궁금합니다.

 

첫 여행은 25세에 호주, 뉴질랜드 9개월간 여행했어요.

호주에서는 국립공원 돌며 나무 심는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주로 농장을 돌며 각종 야채랑 과일 따기,

6개월 머물고 뉴질랜드 가기전 카지노 가서 하룻밤에 400만원(친구 따라 갔다가)땄다가

뉴질랜드 가는 비행기가 지연되어 다시 카지노 가서 다 탕진하고 100만원 언니한테 빚지고....

서른 살에 제게 주는 선물로 40일 간 유럽 여행했는데 재미없어서 히말라야로 떠났어요.

원래 4개월간 인도 네팔만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거기서 티베트, 파키스탄 갔다가 카람코람 하이웨이를 거쳐 중국까지 가게 되었네요.

파키스탄의 훈자마을이 기억에 남고, 기회가 된다면 파키스탄 낭가파르밧 트레킹을 해보고 싶어요.

 

 

6. 혹시 좋아하는 여행관련 명언이 있으신지요? 더불어 히말라야 허니문 중 들었던 노래가 있는지요?

요즘 들으면 그 당시를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명언)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나의 길을 가기 위해 사는 거다

이건 호주 여행 때 만나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제 영혼의 도반이 한 말.

본래 땅위에는 길이 없다. 누군가 걸어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 루쉰

운명은 길섶마다 행운을 숨겨 두었다.’ 니체

홀로 장기간 여행할 때 누군가 나를 지켜주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곤 했어요.

어려운 순간마다 누군가 나타나 나를 지켜주는 듯한.

그건 지금 현재, 제 삶에서도 마찬가지고요.

누구에게나 그런 행운이 있다고 봐요.

자신이 알아채느냐 모르고 지내느냐의 문제.

 

(노래)

인도 시킴에서 50대 초반의 네덜란드 여성 리타와 20대 영국인 수리나와 함께 트레킹 할 때 

 (트레킹 코스/ 펠링-케체팔리 호수-욕솜-타쉬딩-펠링)

제가 아리랑을 가르쳐 주자, 리타가 아프리카 여행 때 배운 거라며 가르쳐준 노래가 있어요.

지금도 가끔 아이들에게 불러줘요.


The river is flowing is flowing is flowing

The river is flowing back to the sea.

Mother earther is carrying me the child I will always be.

Mother earther is carrying me back to the sea.

 

지금 구글 검색해보니 유투브에도 많이 떠 있네요. 꼭 한 번 들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dcKRx7_z4mk (요 버전으로)

저도 이 질문 때문에 막 검색해서 듣게 되었는데 말씀대로,

으아~ 지금 제 온 정신이 히말라야를 헤매고 있네요.

우왕 이 노랠 검샘할 기회를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7. 앞으로의 계획은?


올 겨울 아이들 데리고( 9, 7세 딸) 라오스, 태국을 다녀올까 생각 중.

 

내년이 결혼 10주년 되는데 남편이 20일 정도 여행 휴가 줌.

막상 가려고 하니 어느 나라를 가야 하나 고민 중.

혹시 이런 기획은 어떠신가요?

육아를 끝내고 서서히 여유가 생긴 중년 여성.

소싯적엔 젊음과 미모?를 무기로 혼자 잘 다녔는데 십년 넘게 주부로 지내다가 막상 홀로 떠나려니 막막함.

여행 패턴도 달라지고 다양한 상품도 많아졌는데 그걸 이용하는 게 나은지

그냥 예전처럼 확 가버리는 게 좋을지.

그땐 시간이라도 많았지만 지금은 여행 기회도 많지 않고 시간도 한정되어 있어서 이래저래 고민중.

이 나이에 혼자 가기엔 심심할 것 같아서 친한 언니 꼬드겼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

 

십년이나 지난 신혼여행기 떠올리는 걸 계속 회피하다가 이제야 답신 보냅니다.

생각나는대로 휘리릭 적은 글이라 많이 정신없네요.

그래도 덕분에 잠시 동안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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