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효도 관광 소소한



드디어 임수를 완수했다.

시댁 식구들 모시고 다녀온 23일 제주도 효도 여행.

시부모님, 형님(나보다 나이 어린 정목수 누나), 시아버님 조카 부부, 그리고 우리 식구 넷.

난 항공권과 숙박, 여기저기 박물관 가이드 담당,

정목수는 운전과 코스 안내하고 식당 선정.

나나 정목이나 둘 다 막내다 보니

미리 준비해서 부모님 모시고 다니는 이런 여행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시댁 식구들은 이번이 처음 가는 가족여행이라고 했다.

친정 쪽은 부모님 생신 즈음이면 세 자매 가족이 모두 모여 일 년에 한 번씩 여행을 다녔다.

일정이나 코스, 필요한 짐들은 모두 큰언니 내외가 준비했고, 난 아이들만 데리고 편하게 따라다니는 편이었다

언니는 큰딸 답게 열다섯 명이나 되는 대가족을 이끌고 참 잘 다녔다.   


시댁 식구들끼리도 처음인 여행, 시아버님 조카 부부는 명절 때 얼굴만 본 사이.

과연 무사히 다녀올 수 있으려나?

주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말만 끊임없이 하시는 소통 불능 시아버님과 트러블은 없으려나?

더구나 정목은 동시에 두 곳에서 집 짓는 일을 진행하는 중이라 심적 부담이 큰 상황.


결론은, 

무사히 즐겁게 잘 다녀왔다는 것.

나린이와 지오 역할이 컸다는 것.

떠나기 전까지 서로 반신반의했던 나와 정목은

우리의 임무완수를 대견해 하며

서로의 노고를 아낌없이 치하했다.


 

수요일 저녁 수원 시댁 가서 자고 다음날 6시에 김포공항으로.

청량리 사시는 시아버님 조카분 내외는 공항에서 만났다.

우리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비행기 놓칠까봐 걱정하는 가족들.

괜찮아요. 비행기 안 놓쳐요. 비바람이 심해서 비행기 늦게 뜰 거예요.”

식구들 안심시키고 서둘러 탑승수속하고 비행기를 타러 갔다.

이런 날엔 일찍 나와야지 늦게 오면 어떡해요?”

목소리 큰 청량리 고모님이 작은 엄마를 구박하신다.

아니, 우리 시어머니를......’

날이 이러면 비행기 늦게 떠요. 그리고 거의 딱 맞춰왔는데요.

전 프랑스에서 비행기 놓쳐서 다음날 타고 온 적도 있어요.“

그게 뭔 자랑이라고 만나자마자 이런 말을......

원활한 여행을 위해 성질 죽이자. 평화로운 분위기 유지!’

여행 내내 다짐하고 다짐한다.

 

역시 출발시간은 30분 지연되었고 9시 반쯤 제주 공항 도착했다.

첫 날 하루 종일 비바람.

공항 근처 동도원이란 식당에서 고등어 정식으로 아침식사.

나린이는 순대국밥 먹고 싶다며 떼쓰다 내가 들고 있던 커피를 쏟고 나한테 혼나서 삐졌다.

식구들 밥 먹는 동안 내내 밥상에 엎드려 있던 나린이.

아무렇지 않게 밥 먹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 나린이 좀 달래보라고 종용하는 식구들.

달랜다고 달래지나?’

그래도 보는 눈이 있으니 몇 번 달래 보았지만 역시나....

"아니 무슨 애가 순대국밥을 좋아해?"

"저희 애들 식성이 촌스러워요."

제주도까지 와서 순대국밥 타령이라니.

나한테 삐친 마음이 더 큰 탓이리라.

식사를 마친 청량리 고모랑 형님이 근처 슈퍼에서

샌드위치랑 빵이랑 과자랑 이것저것 사서 나린이에게 안겨 주셨다.

애들 어릴 때 먹고 살기 바빠서 어디 여행이란걸 갈 수 있었냐?”

시부모님에겐 40년 만에 가는 첫 가족여행.

그동안 그렇게 가물더니 하필 출발하는 날 폭우가 쏟아질게 뭐람.


아침 먹고 나와서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비가 잦아진 틈을 타 잠시 바닷가를 거닐고 카페에 들러 차를 마시고

서귀포 중문단지로 내려와 여미지 식물원 둘러보고

예약해둔 서귀포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에 올레 시장에 들렀다.

 


-계속




저녁은 시장에서 사온 전복,옥돔,꼴뜨기, 멍게...

신선한 회에선 담백한 단맛이 나는구나.

오독오독 달큼한 전복회.

뱃속 가득 제주 바다 내음을 채워넣는다.


다음날 아침엔 한라산 오르기.

시어머니가 그토록 원하시던 일.

백록담까지는 못가고 영실코스를 통해 윗세오름까지(1700m) 올랐다가

어리목 광장으로 하산. 4시간 소요.

지오 손잡고 내려오는데 자꾸만 나린이를 찾는다.


"나린이 언니는 얼마나 갔어?

 언제 만나?

 공평하지 않아.

 만났다가 같이 출발해야지."


앞서 간 나린이를 따라잡기 위한 지오의 필사적인 노력.

나린이 언니 만나야 한다며

쉬지도 않고 폴짝폴짝 잘도 내려간다.

지오는 그날 초저녁에 골아 떨어져 저녁도 굶은 채 아침까지 내리 잤다.

난 지오 뒤를 쫒아 돌계단을 무리하게 내려온 탓에

종아리에 알이 배기고 여전히 절뚝거리며 걷고 있다.

독한 년.

뒤에서 투덜거리며 달려가 지오 손을 잡는다.

나린이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당장 히말라야에 데리고 가도 되겠구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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