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에게 안부를 묻다. 소소한


정목수 등은 활처럼 굽었다.

목은 하늘로 향해 있어 영락없는 거북이 자세다.

칠순을 넘긴 제 아비의 모습과 똑같다.

서른 아홉 살, 어린 두 딸 아빠의 서글픈 자세다.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이 몸에 새겨진 결과가 그의 자세라 했던가?

당신은 지금껏 웅크리고 살아왔나?

 

삼월에 시작할 집 공사를 코앞에 두고

정목수는 심한 가슴앓이를 해야했다.

올해 개정된 건축법에 의해 소규모 공사도 일정한 자격을 갖춘

현장관리인을 배치해야 한단다.

정목은 그에 따르는 자격 점수 미달.

구두 계약 끝내고 도면작업과 상담까지 마무리한 이웃집 공사는 미궁에 빠졌고,

함께 일하기로 약속한 일꾼들은 시작할 날짜만 기다리고,

일을 의뢰한 건축주와 당장 일을 해야만 하는 일꾼들 사이에서

정목수 마음은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급기야 그의 등짝도 한 뼘쯤 더 굽어 버린 듯했다.

나 또한 만나는 사람마다,

“**이네 집 언제부터 짓냐?

집은 지을 수 있는 거냐?

시골에 손수 집 짓는 로망은 이제 실현 불가능이로구나.

정목수 어쩌냐? **이가 자격증 있다는데 빌려달라고 해봐라.

기타 등등......“

오지랖 넘치는 동네 사람들의 염려 속에서 한 달을 보냈다.

나 이제 이 일 못 하겠다. 당신이 월 이백만 벌어다 줘야겠어.”

나의 평화로운 시대는 갔구나.

생계를 위한 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때가 왔구나.

근데 무슨 수로 월 이백을 벌지?

지금껏 뭐하고 살아왔지?

나의 자조와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업계에선 현장관리인 기준에 대한 분분한 해석이 오갔다.

이에 관해 목조건축협회에서 질의를 보냈고

국토부에서 내려온 답변에 근거에 정목수는 자격을 얻게 됐다.

이번 주부터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토록 고대했던 공사 첫 날,

대낮에 정목수가 돌아왔다.

짐을 내리다가 허리가 삐끗하더니 걷기조차 힘들다고 했다.

그날 밤, 정목수 등에 뜸을 떠 주었다.

내가 작게 뜸쑥을 말아 등에 올리면 나린이가 향을 대고 불을 붙였다,

불꽃이 타들어 갈 때마다 고문당하는 사람처럼 엄청난 비명을 질렀다.

그 마음은 더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겠지.

그 몸을 이끌고 날마다 일하러 나간다.

밤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뛰척일때마다 괴로워한다. 

일을 안해도 걱정이요, 막상 시작하면 걱정은 배가 되는 이 생계의 딜레마.

'어디가서 월 이백을 벌어오지?'

일하고 돌아온 정목을 볼때마다

앞으로 경제자립의 자세를 확립해야만 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팔랑인다. 


나도 일년에 한 두번 허리 꺾이는 증상이 있다.

주로 겨울에 불시에 나타난다.

올 겨울은 그냥 지나가나 했는데 지난달 말에 그 증상이 찾아왔다.

나린이랑 지오가  시부모님을 따라 수원에 올라간 그날 저녁,

동네 아줌마들을 불러서 시부모님이 잔뜩 사놓고 간 고기를 구워먹었다.

웃고 떠들며 거하게 먹고 마시다가 군불때는 걸 잊어버렸다.

밤새 추위에 떨며 웅크리고 잤는지 다음날 아침 허리가 펴지지 않았다.

눕거나 몸을 뒤척일 때, 기침할 때 심한 통증이 일었다.

골반은 틀어졌고 굽은 허리와 팔자 걸음으로 열흘을 버텼다.

한의원에서 요방형근이라는 진단을 내려줬다.

둔부와 허리에 근육이 없거나 잘못된 자세로 인해 생기는 증상이란다.

허리가 펴지고 난 뒤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

작년과 똑같이 운동을 많이해 근육을 키우리라 다짐했다.

꾸준한 운동이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이런 통증을 안고 날마다 일 해야하는 정목에게 

"당신도 근육 운동이 필요해." 라는 조언은 가다가 곧 휘발돼 버린다.

"우리 가족의 생계가 당신 허리에 달려있단 말이야."

라는 말은 그의 등을 더 휘게 만들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껏 어떤 자세로 걸어왔던 걸까?

어떤 자세와 태도가 나와 당신의 중심 뻐대위에 이런 아킬레스건을 새겨 넣었을까?   

후후~ 우리 좀 더 바른 자세로 삽시다요.

오로지 당신 몸을 돌보기 위해 시간을 할애 할 여유가 찾아오길 바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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