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소소한


이곳에서의 모든 계절이 좋았다.

냉이와 달래 향을 입안에 가득 담는 봄,

몽글몽글 그 아련한 연초록 세상이 지나면 언제라도 풍덩 뛰어들 수 있는 계곡에서 여름을 만끽했다.

가을엔 곱게 물든 숲과 길이 나를 유혹했고 

겨울이면 눈 덮인 산과 박공지붕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잠시 멈추어도 된다며 나를 위로했다.

또 한번 그 모든 계절을 살았다.

몸이 간질간질 한 걸 보니 봄이 멀지 않은 듯하다.


대보름날 동네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먹고 거하게 달집태우기를 하고 나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대야산 너머로 서서히 떠오르는 보름달을 이 날, 일 년에 한 번 본다.

보름달과 함께 동네 사람들의 소원지가 매달린 달집이 활활 타오르고 각자 한해의 소망을 기원하는 날.

달집태우기는 우리 동네 가장 큰 행사다.

그동안 못 보던 동네 분들도 이 날 만큼은 모두들 달집 앞에 모여든다.

검은 하늘로 솟구치는 불씨와 사그라지는 달집을 끝까지 지켜본다.

저 불씨와 함께 내 안의 액운도 사라지리라.

한 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이 제의의 리듬에 따라 이제 내 몸과 마음도 함께 움직인다.

그래서 지금 내 마음도 괜시리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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