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글. 소소한



블로그. 참 오랜만에 들어와 본다.

지난여름, 더위를 잔뜩 집어삼킨 뒤 갑자기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글과 그림을 페북에 올렸다.

바로 찍어 바로 올리는 간편함과 사람들의 연이은 관심은

평소 SNS에 대해 가졌던 거부감을 새로운 즐거움으로 바꾸어 놓았다.

무엇보다도 작은 핸드폰 액정 속에 담긴 내 그림이 원화보다, PC화면보다도 훨씬 괜찮아 보여서 좋았다.

크게 보면 들통나니까.

대신 블로그와는 멀어졌다.


해가 바뀜과 동시에 내 안의 기운도 달라졌다.

해마다 다른 느낌, 다른 생각으로 새해를 맞는다.

작년 정월에는 역마살 기운이 충만했다.

새해가 되자 어디든 싸돌아다니며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다.

이상하게도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친구, 핀란드에서 잠시 한국에 들어온 친구,

보고 싶었던 친구들과 알맞은 타이밍에 연이어 약속이 잡혔다.

밤낮으로 도시를 싸돌아다녔다. 그땐 가슴이 계속 풍선을 불어댔다.

더 크게 더 크게, 내 안에 자꾸만 바람을 불어 넣고 싶었다.

올해는 고요하고 차분하게 새해를 맞았다.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안했다.

심지어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나흘간이나 집을 비웠는데도 내내 홀로 집에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어디서 누굴 만나고, 무슨 영화를 보고, 어디 어디를 가고...

아마 꽉 찬 투어 일정을 짰을 것이다.

이번에는 몸과 마음이 무언의 합의를 보고 내게 조용히 말을 건네는 듯했다.

 ‘그냥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라고.

 

페북 활동도 새해가 되면서 중단했다.

폐친을 사귀고, ‘좋아요버튼 클릭 수를 의식하고,

모르는 이들과 댓글로 대화했던 일들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그때의 내가 나였나?’ 의아할 정도로 

물론 페북을 하는 동안은 재미있고 즐거웠다.

나에겐 새로운 세상이요 소통방식이었다.  

지금은 다시 블로그로 돌아왔다.

어쨌든 내 안의 것을 분출할 공간은 필요하니까.

 

다시 시작한다는 건 끊임없이 내가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가 어디인지 모를 이 글귀가 작년 내 다이어리에 적혀있었다.

작년 이맘때 사주명리학 공부를 하면서 적어놓은 글이다. 

해가 바뀌자마자 달라진 내 안의 기운을 경험하고 나니 (이건 나만 아는 변화일 것이다.)

이 말이 제대로 수긍이 간다.

 

얼마 전 섣달 그믐날 밤에 올려다본 밤하늘은 유난히 까맣고 별들은 총총했다.

별들이 다정하게 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었다.

별들이 지구의 모든 생명을 감싸 안고 지켜보고 있다는 자각.

 

 먼 과거에 100억 년을 걸쳐 핵연소 과정을 통해 별에서 생성된 원소들은 지구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근간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바로 별이 수십억 번 혹은 수백억 번, 나아가 수천억 번을 태어나고 죽는 과정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탄생한 후 5억 년이 지나서 지구에서 원시 생명체가 등장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약 40억 년이 지난 후에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동물계와 식물계뿐만 아니라 인류의 기술문명도 탄생하게 되었다.  ....

 별에서는 우주에서 생명을 가능하게 해주는 원소들이 만들어졌고 또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듯 우리 인간과 우주는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서만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우리의 환경과 우리들 자신을 구성하는 원소들을 통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

 우리 몸의 각종 장기와 조직 속에 있는 탄소, 뼈 안에 있는 칼슘, 피에 들어있는 철분, 몸의 수분 속에 있는 산소 등과 같이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은 모두 별에서 만들어졌다. 우리는 모두 결국 아주 오래된 과거별의 유전자이자 자손인 셈이다. 만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 당신은 나의 별이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실제로 모두 별들의 먼지로 구성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인츠 오버훔머, “(4시간 만에 끝내는)우주의 모든 것

 

 

별과 교감을 나눈 그날 이후 난 또 다른 존재가 되었다. 라고 믿고 싶다. (물론 나만 아는 변화.ㅋㅋ)

 

일단 지난 아이들 사진을 콕콕 박아 이곳에 온기를 불어 넣어야겠다.


다시 돌아온 내 방.

은근한 구들방처럼 따뜻하고 정겨운 이 기분은 뭘까?





덧글

  • 2017/02/04 22:3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2/06 12:0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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