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소소한

요즘 가장 많이 듣는 가장 무서운 말,

"엄마, 뭐 재밌는 거 없어?
 엄마, 뭐 맛있는 거 없어?"

유치원 다녀온 지오가 날마다 하는 말이다.
어제도
"엄마, 뭐 재밌는 거 없어?"
냉장고 문을 계속 열어대며
"엄마, 뭐 맛있는 거 없어? 아 맛있는 건 있다. 코딱지."
코딱지를 파서 입 안에 넣고 맛있게 쩝쩝댄다.

어떻게 날마다 재밌을 수 있고
어떻게 날마다 맛난 것만 먹을 수 있겠니?


수영하면서 몸무게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잖아도 넓은 어깨는 더욱 더 떡 벌어지는 중.
얼마 전에는 준비체조를 한창 하고 있는데
강사가 보더니 수영 선수인 줄 알았단다.
아마도 내 어깨 때문이겠지.
하체에도 살이 마구 붙고 있다.
이 살들이 다 얼굴로 가면 좋으련만.
둥글둥글 포동포동한 얼굴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제는 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했다.
코끝 찡하게 시린 아침 공기를 마시며 
따사로운 햇살을 등에 지고 걷기에 참 좋은 날씨.
불과 몇 년 전에 느꼈던 엄청난 환희의 순간을 기억한다.
눈이 많이 쌓였던 어느 아침,
솔멩이골도서관에서 비폭력 대화 워크숍이 있던 날이었다. 
나린이랑 아직 젖먹이였던 지오를 남편에게 맡기고 도서관으로 향하던 길.
내 발걸음이 그렇게 가볍다고 느낀 건 처음이었다.
몇 년 동안 늘 아기가 붙어 다니던 몸이었다.
쇼생크 탈출 영화 포스터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해방감이란?
너무너무 좋아 죽겠는 그 기분.
하지만 그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 가게 되면서 
처음 느꼈던 그 해방감은 곧 무감해져 버렸다.
혼자 운전을 하고 시내로 나갔을 때의 그 첫 기분.
혼자 김장을 뚝딱 해치웠을 때의 뿌듯함과 자신감.
수영강습을 끊고 수영을 배우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고,
커피를 손에 들고 거리를 걷고.....
육아기간 동안 내가 열망했던 일들.
그 처음의 설렘은 이제 무감한 일상이 돼버렸다.
감각의 전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지금.
무슨 일을 하든 다시 그때의 기분을 한번씩 떠올려봐야겠다.
어찌보면 지금껏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한 경이로운 순간들이
내 일상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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