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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나무로 뚝딱 히말라야 여행기 그림 길위에서 우리동네 메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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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는 소리, 혹은 경비행기가 허공에 흩뿌리는 엔진소리 같기도 하고, 때론 ‘옴’ 하고 만트라를 외는 소리 같기도 한, 바람의 악기. 한번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난 후, 아랫배에서부터 길고 낮게 나무속을 관통하며 퍼지는 공명은 오래도록 몸과 마음을 진동시킨다. 고대 수행자들이 강력한 ‘옴’ 의 진동으로 몸과 마음을 정화하여 우주 의식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마치 그 만트라 명상법을 행하는 기분도 든다. 해질 무렵 네팔 카트만두 숙소의 옥상에서 저 악기와 처음 만났다. 2년째 여행 중이라는 어느 여행자가 자신의 애인이라며 애지중지하던, 디줄리두(digeridoo)라는 이름의 악기. 디줄리두는 원래 호주 원주민들이 그들의 샤머니즘적 종교 의식과 치유를 위해 사용하던 악기다. 전통적인 제작방식은 유칼리나무속을 흰개미가 수개월 동안 파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속이 비게 하여 만든다고 한다. 호주의 기념품 가게에 가면 온갖 화려한 무늬가 그려진 디줄리두를 볼 수 있고 길거리에서도 디줄리두를 불고 있는 호주 원주민, 에보리진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 악기가 어떻게 인도, 네팔의 기념품가게에 까지 흘러들어왔는지 알 수 없으나 마치 자유로운 공명의 상징인양 그 긴 목관악기를 어깨에 메고 다니는 여행자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 신비스러운 음색은 이곳의 대지와도 잘 어울렸다. 네팔을 떠나 인도, 파키스탄, 중국을 여행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나 또한 저 디줄리두를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가슴까지 올라오는 길이에 튼튼한 신생아 몸무게만큼의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를 지녔으며, 줄기에 달린 나뭇잎 모양이 나선형을 이루며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는 저 디줄리두는 기념품 가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양이 아니었다. 그 여행자가 바라나시에 있을 때 인도인 친구가 손수 만들어 주었다는데, 악기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정교한 조각 작품 같았다. 그윽한 향까지 나는 것이 단아한 여인의 모습을 닮아있었다. 보통 일 이주 걸려서 소리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소리를 낸다 하더라도 그 소리가 끊기지 않게 순환호흡으로 불어야만 하는 상당한 내공을 요하는 악기였다. 그 여행자 또한 일주일 연습한 후에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왔다고 하는데 당연히 기대하지 않고 불어본 그 악기에서 단번에 제대로 된 소리가 나왔으니 스스로의 내공에 감탄하며 오후 내내 바닥에 침이 고이고 입술이 부르트도록 불어대었다. 카투만두의 노을 속에서 그와 함께 디줄리두를 불고 타블로를 연주하며 바람 같은 며칠을 보냈었다. 카트만두를 감싸고 있는 공기에는 분명 여행자의 마음을 홀리는 주술적인 힘이 깃들어 있으리라. 현실세계 너머의 온갖 기괴하고 동화적인 상상으로 가득한 그의 중얼거림은 거부할 수 없는 주술이 되어 내 마음에 꽂혀 버렸다. 어쩌면 그건 디저리두의 주술이었는지도 모른다.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파키스탄으로 떠날 계획이었던 내게 다람살라에서 만나자는 바람 같은 약속을 하고 무슨 징표라도 되는 양 그의 디줄리두를 내게 건네주었다. 그 후 몇 달간 나의 동반자가 된 저 그림속의 디줄리두는 내 침으로 꽤나 많이 샤워를 했을 것이다. 결국 한국에 돌아와서야 제 주인을 찾아갔는데... 지금에 와서도 두고두고 후회되는 것은 한국에 오자마자 저 디줄리두를 그에게 되돌려주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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