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 소소한


동네 딸들이 커서 졸업을 하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그 귀엽던 꼬맹이가 벌써 중학생이 되고

초등학교 2학년 때 전학 온 소녀가 여드름 가득한 숙녀가 되다니.

딸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다가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이란 에세이와 다이어리 세트를 주문했다.

어릴 때 TV로 봤던 만화 속 장면과 앤이 했던 대사들.

보고 또 보고 너무 많이 봐서 익숙한 장면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다시 봐도 귀엽고 사랑스럽구나. 앤.

내 딸들에게도 선물하고 싶다.

미리 사 둘까








또 다시. 소소한


이곳에서의 모든 계절이 좋았다.

냉이와 달래 향을 입안에 가득 담는 봄,

몽글몽글 그 아련한 연초록 세상이 지나면 언제라도 풍덩 뛰어들 수 있는 계곡에서 여름을 만끽했다.

가을엔 곱게 물든 숲과 길이 나를 유혹했고 

겨울이면 눈 덮인 산과 박공지붕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잠시 멈추어도 된다며 나를 위로했다.

또 한번 그 모든 계절을 살았다.

몸이 간질간질 한 걸 보니 봄이 멀지 않은 듯하다.


대보름날 동네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먹고 거하게 달집태우기를 하고 나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대야산 너머로 서서히 떠오르는 보름달을 이 날, 일 년에 한 번 본다.

보름달과 함께 동네 사람들의 소원지가 매달린 달집이 활활 타오르고 각자 한해의 소망을 기원하는 날.

달집태우기는 우리 동네 가장 큰 행사다.

그동안 못 보던 동네 분들도 이 날 만큼은 모두들 달집 앞에 모여든다.

검은 하늘로 솟구치는 불씨와 사그라지는 달집을 끝까지 지켜본다.

저 불씨와 함께 내 안의 액운도 사라지리라.

한 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이 제의의 리듬에 따라 이제 내 몸과 마음도 함께 움직인다.

그래서 지금 내 마음도 괜시리 바빠진다.




지오 바람의 아이들



잠잘 때 아직 기저귀 차는 지오.
혼자서 그림책 줄줄 읽는 지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하며
제 먹은 그릇과 수저를 치우는 지오.
"엄마, 나 휘파람 불 수 있어."
내 귓가에 조그만 입술을 대고
바람을 잔뜩 불어주는 지오.
온몸이 간질간질.
지오의 기운이 몸 안으로 사르륵.  



달집태우기 하던 날.
 지오가 소원지에 적은 글.






아홉 살, 일곱 살 바람의 아이들











장작패기 바람의 아이들


우리집 겨울 난방은 구들과 난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장작을 패서 쟁여 두는게 일이다.

물론 정목수의 일. 


1월의 마지막 어느날,
두 딸이 아빠를 돕는다.






나린이가 아랫집 뀬이랑 불장난 하는 동안

지오는 은선이랑 바느질을 한다.


아이들이랑 부대끼며 보낸 겨울방학이 끝났다.
겨우내 둘 다 키가 쑥 커버렸다.







이모의 선물 바람의 아이들



저녁에 걸려온 전화.

"주소 좀 확인하려고. 진짜 별거 아닌데,
보내기 부끄러운데...... 버려도 돼."

다음날 택배가 도착했다.
 


두 딸에게 배달된 땀의 선물.

별거 인 듯 별거 아닌 별거 같은 선물.



정목수에게는 목수연필 두 자루

땀이 그린 사랑스런 그림들이 책 속에 가득.



"우와~~~ 이모 고마워요.
엄마, 나 이모한테 편지쓸래."

아이들이 즉석에서 편지를 쓴다.
지오가 불러주고 나린이가 적는다.

별거 아닌 것이 누군가에겐 엄청난 별거가 되지요.





새해 첫 글. 소소한



블로그. 참 오랜만에 들어와 본다.

지난여름, 더위를 잔뜩 집어삼킨 뒤 갑자기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글과 그림을 페북에 올렸다.

바로 찍어 바로 올리는 간편함과 사람들의 연이은 관심은

평소 SNS에 대해 가졌던 거부감을 새로운 즐거움으로 바꾸어 놓았다.

무엇보다도 작은 핸드폰 액정 속에 담긴 내 그림이 원화보다, PC화면보다도 훨씬 괜찮아 보여서 좋았다.

크게 보면 들통나니까.

대신 블로그와는 멀어졌다.


해가 바뀜과 동시에 내 안의 기운도 달라졌다.

해마다 다른 느낌, 다른 생각으로 새해를 맞는다.

작년 정월에는 역마살 기운이 충만했다.

새해가 되자 어디든 싸돌아다니며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다.

이상하게도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친구, 핀란드에서 잠시 한국에 들어온 친구,

보고 싶었던 친구들과 알맞은 타이밍에 연이어 약속이 잡혔다.

밤낮으로 도시를 싸돌아다녔다. 그땐 가슴이 계속 풍선을 불어댔다.

더 크게 더 크게, 내 안에 자꾸만 바람을 불어 넣고 싶었다.

올해는 고요하고 차분하게 새해를 맞았다.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안했다.

심지어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나흘간이나 집을 비웠는데도 내내 홀로 집에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어디서 누굴 만나고, 무슨 영화를 보고, 어디 어디를 가고...

아마 꽉 찬 투어 일정을 짰을 것이다.

이번에는 몸과 마음이 무언의 합의를 보고 내게 조용히 말을 건네는 듯했다.

 ‘그냥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라고.

 

페북 활동도 새해가 되면서 중단했다.

폐친을 사귀고, ‘좋아요버튼 클릭 수를 의식하고,

모르는 이들과 댓글로 대화했던 일들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그때의 내가 나였나?’ 의아할 정도로 

물론 페북을 하는 동안은 재미있고 즐거웠다.

나에겐 새로운 세상이요 소통방식이었다.  

지금은 다시 블로그로 돌아왔다.

어쨌든 내 안의 것을 분출할 공간은 필요하니까.

 

다시 시작한다는 건 끊임없이 내가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가 어디인지 모를 이 글귀가 작년 내 다이어리에 적혀있었다.

작년 이맘때 사주명리학 공부를 하면서 적어놓은 글이다. 

해가 바뀌자마자 달라진 내 안의 기운을 경험하고 나니 (이건 나만 아는 변화일 것이다.)

이 말이 제대로 수긍이 간다.

 

얼마 전 섣달 그믐날 밤에 올려다본 밤하늘은 유난히 까맣고 별들은 총총했다.

별들이 다정하게 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었다.

별들이 지구의 모든 생명을 감싸 안고 지켜보고 있다는 자각.

 

 먼 과거에 100억 년을 걸쳐 핵연소 과정을 통해 별에서 생성된 원소들은 지구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근간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바로 별이 수십억 번 혹은 수백억 번, 나아가 수천억 번을 태어나고 죽는 과정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탄생한 후 5억 년이 지나서 지구에서 원시 생명체가 등장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약 40억 년이 지난 후에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동물계와 식물계뿐만 아니라 인류의 기술문명도 탄생하게 되었다.  ....

 별에서는 우주에서 생명을 가능하게 해주는 원소들이 만들어졌고 또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듯 우리 인간과 우주는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서만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우리의 환경과 우리들 자신을 구성하는 원소들을 통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

 우리 몸의 각종 장기와 조직 속에 있는 탄소, 뼈 안에 있는 칼슘, 피에 들어있는 철분, 몸의 수분 속에 있는 산소 등과 같이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은 모두 별에서 만들어졌다. 우리는 모두 결국 아주 오래된 과거별의 유전자이자 자손인 셈이다. 만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 당신은 나의 별이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실제로 모두 별들의 먼지로 구성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인츠 오버훔머, “(4시간 만에 끝내는)우주의 모든 것

 

 

별과 교감을 나눈 그날 이후 난 또 다른 존재가 되었다. 라고 믿고 싶다. (물론 나만 아는 변화.ㅋㅋ)

 

일단 지난 아이들 사진을 콕콕 박아 이곳에 온기를 불어 넣어야겠다.


다시 돌아온 내 방.

은근한 구들방처럼 따뜻하고 정겨운 이 기분은 뭘까?





무제 소소한

요즘 가장 많이 듣는 가장 무서운 말,

"엄마, 뭐 재밌는 거 없어?
 엄마, 뭐 맛있는 거 없어?"

유치원 다녀온 지오가 날마다 하는 말이다.
어제도
"엄마, 뭐 재밌는 거 없어?"
냉장고 문을 계속 열어대며
"엄마, 뭐 맛있는 거 없어? 아 맛있는 건 있다. 코딱지."
코딱지를 파서 입 안에 넣고 맛있게 쩝쩝댄다.

어떻게 날마다 재밌을 수 있고
어떻게 날마다 맛난 것만 먹을 수 있겠니?


수영하면서 몸무게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잖아도 넓은 어깨는 더욱 더 떡 벌어지는 중.
얼마 전에는 준비체조를 한창 하고 있는데
강사가 보더니 수영 선수인 줄 알았단다.
아마도 내 어깨 때문이겠지.
하체에도 살이 마구 붙고 있다.
이 살들이 다 얼굴로 가면 좋으련만.
둥글둥글 포동포동한 얼굴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제는 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했다.
코끝 찡하게 시린 아침 공기를 마시며 
따사로운 햇살을 등에 지고 걷기에 참 좋은 날씨.
불과 몇 년 전에 느꼈던 엄청난 환희의 순간을 기억한다.
눈이 많이 쌓였던 어느 아침,
솔멩이골도서관에서 비폭력 대화 워크숍이 있던 날이었다. 
나린이랑 아직 젖먹이였던 지오를 남편에게 맡기고 도서관으로 향하던 길.
내 발걸음이 그렇게 가볍다고 느낀 건 처음이었다.
몇 년 동안 늘 아기가 붙어 다니던 몸이었다.
쇼생크 탈출 영화 포스터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해방감이란?
너무너무 좋아 죽겠는 그 기분.
하지만 그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 가게 되면서 
처음 느꼈던 그 해방감은 곧 무감해져 버렸다.
혼자 운전을 하고 시내로 나갔을 때의 그 첫 기분.
혼자 김장을 뚝딱 해치웠을 때의 뿌듯함과 자신감.
수영강습을 끊고 수영을 배우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고,
커피를 손에 들고 거리를 걷고.....
육아기간 동안 내가 열망했던 일들.
그 처음의 설렘은 이제 무감한 일상이 돼버렸다.
감각의 전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지금.
무슨 일을 하든 다시 그때의 기분을 한번씩 떠올려봐야겠다.
어찌보면 지금껏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한 경이로운 순간들이
내 일상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수요일에는 소소한


수요일은 아침에 집을 나가 저녁에 돌아오는, 일주일 중 유일하게 바쁜 하루다.
아이들 밥 먹여 학교 보내고 삼십 분 동안 휘리릭 집 안 청소하고 9시쯤 집을 나선다.
읍내에 있는 중원대 수영장으로 수영 강습받으러 가는 날.
오늘은 윗마을 사는 현주도 함께 갔다.
여름에 계곡에서 아이들 데리고 놀 때마다
다이빙과 함께 개헤엄, 자유형, 평형, 잠영을 넘나드는 그녀의 수영 실력을
늘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했었다.
이웃 마을 선주, 아르미랑 초급 강습받는 동안 현주는 혼자 자유 수영.
선주는 20대 때부터 지금까지 초급 강습만 네 번째란다.
수영이 처음인 막내 아르미는 산에 가면 멧돼지처럼 이곳저곳 마구 뛰어다니면서
물속에서는 가장 힘겨워한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한겨울에도 맨발로 다니는 기운 충만한 여자다.
한 달 뒤엔 아마 우리 중 아르미가 수영을 가장 잘하게 될 거라고 선주랑 나랑 의견 일치를 보았다.     
빗으로 머리 안 빗은 지 십 년 넘었다나?
긴 머리카락은 늘 손가락으로 사사 삭 대충 쓸어 넘긴다.
저런 떡진 머리는 첨 본다.
멀리서 보면 꼭 레게 머리를 한 밥 말리 같다.

수영을 끝내고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중원대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것은 절로 환호성이 나오는 신세계였다.
첩첩산중 시골 육아 생활을 끝내고,
수영하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때를 밀고
가뿐해진 몸과 뽀얘진 얼굴로 
허공에서 너울대는 치즈를 바라보며
갓 구워낸 따끈한 피자를 먹는 그 맛이란.
다음엔 오뎅, 떡볶이, 순대를
그다음엔 탕수육, 짜장면, 짬뽕 세트를
그다음엔 사발면에 김밥을
그다음 다음엔 칼국수와 떡만둣국을...
점심을 먹은 후에는 한살림 매장으로 장을 보러 가는데
"어 자기 이거 샀어? 나도 사야지.
 이거 해 먹어봐. 맛있어.
 그래? 어 나도 사야지"
뭐 이런 식으로 함께 장을 보다 보니 지출이 배로 느는 거다.
그렇게 삼 주를 보내고 나니
계속 이러다간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다는 생각에
오늘부터 도시락을 싸 오기로 했다.
그 시각, 등이 활처럼 휘도록 쐐빠지게 일하는 정목수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한살림 매장 2층에 있는 모임방에서 점심을 먹었다.
김장 얘기가 나왔다.
나만 빼고 다들 김장 완료.
배추를 뽑아왔는데 일주일간 둬도 괜찮을지 물었더니
모두 절레절레.
절임배추로 하면 혼자 하겠는데 배추도 절여야 한댔더니
뭐 그까이꺼 그냥 절여서 혼자 후딱 하면 되지 뭘 남편이랑 같이 하냐고들 한다.
'그래 니들은 끝났다 이거지?'
작년에는 절임배추 사서 혼자 가뿐하게 끝냈었다.
배추를 절여본 적이 없어서 절임배추 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정목수랑 함께 할 생각이었다.
김장 배추는 배추를 물에 푹 잠기게 해서 잘 절이는 게 제일 중요하다.
현주가 배추 절이고 남은 소금물이 있다고 해서 계획을 급히 변경했다.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염도계로 농도까지 맞춰 놓은 소금물이란다.
마침 오늘이 장날이라 장에 가서 쪽파랑 갓이랑 마늘을 사고
금요일에 현주네 소금물에 배추를 절이고 토요일에 혼자 하는 걸로 결정.
어쨌든 소금물도 해결됐다.
새우젓은 태임이가 시어머니가 직접 담근 거라며 조금 나눠주었다.
무도 내가 필요한 양의 절반은 협찬해 주기로 했다.
(내가 만든 다래잼이랑 토마토 퓨레를 줬더니-많아서 그냥 준 거였는데 새우젓으로 답례를) 
이번 김장도 두루두루 도움을 받는다.
이렇게 먹고 산다.  
내년에는 꼭 김장채소를 직접 키우리라. 

함께 장을 보고 이웃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에서 두시 반까지 시간을 보내고
인근 초등학교에서 두 시간 방과 후 미술수업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다섯시 십오분 정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학교에서 먼저 돌아온 자매가  
컴퓨터 앞에 앉아 만화를 보고 있다.
서둘러 구들방에 불 때고
거실 난로에 불 지피고
저녁밥을 짓는다.
저녁 먹고 설거지 하고 나서 8시 땡하면 뉴스룸 온에어를 켠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요즘 정목수가 야근을 해서 9시가 되면 또 저녁상을 차린다.
9시 반이면 아이들을 재운다.
오늘은 드라마도 한 편 보는날.
수영을 하다보니 푸르바다의 전설을 챙겨보게 된다.
나 오늘 수다가 좀 길다.
할 일이 남았지만 내일을 위해 이제 자야겠다.

 


 






 


 
 
      

배추 소소한


아직 김장을 못했다.
동네에서 절임배추를 사서 할 생각이었는데
다들 배추가 모자라 미리 주문 받은 것도 취소해야 할 판이란다.
진즉에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다행히 선교언니가 밭에 남은 배추를 가져가도 된다고 해서
어제 언니네 밭에 가서 서른 포기 넘게 베어 왔다.
맛나다고 소문난 언니네 유기농 배추.
언니는 한사코 돈 안 받겠다고, 맛있게 먹으면 됐다고 말했지만
그럴 순 없지.
한 포기 알찬 배추로 자라기까지의 그 수고를 알기에
이제 예전처럼 넙죽넙죽 맘 편히 받지 못한다.
가만있자 내가 줄 수 있는게 뭐 있더라? 
얼마 전에 만든 다래잼이랑 블루베리 잎으로 만든 차랑, 개복숭아 효소가 있다.
그래도 뭔가 만들어 놓은게 있어서 다행이다.
사실 다래는 아랫집 희진 언니한테 받은거다.
오지랖 넓은 희진 언니가
이웃마을에 사는 분의 농산물 판매를 도와준 답례로 다래를 한 박스 받았는데
그걸 어찌할 시간이 없어서 며칠 묵히고 있다가 나한테 넘어온 거다.
블루베리 잎은 차로 만들어 마시면 좋다고 해서 미경언니네 밭에서 언니랑 함께 딴 것.
따지고보니 이 가공품의 원재료도 실은 남의 노고로 얻은 수확물이다.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돌고 돌아 연결되고 연결되어 이렇게 먹고 살아간다.
오늘은 차에서 배추를 꺼내 새끼 손가락만한 벌레를 털어내고 집 안에 들여놨다.
김장은 정목수 일이 다 끝난 일주일 뒤에 함께 하기로 했다.
배추를 직접 절여서 하는 건 이번이 처음.
그때까지 배추 상태가 괜찮아야 할 텐데.
춥지 말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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