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염색 물들이고 바느질하고



'방아꽃과 애기똥풀들' 의 황토 염색

방아꽃 선생님댁 마당에 온갖 풀과 꽃들이 푸릇푸릇 무성하다.
숲해설가이기도 한 선생님은 마당 곳곳에 피어있는 풀들의 생태와 그 효능에 대해서도 해박하시다.
어제 갔을때는 꽃분홍 저고리같은 인동초에 눈이 즐겁고, 초피나무와 박하향의 상큼함에
콧속까지 시원해지는 호사를 누렸다.
눅눅한 장마중에 잠시 누린 청량하고 달달한 휴식.
한 달에 한 번 있는'방아꽃과 애기똥풀들'은 내게 청량한 쉼을 안겨주는 천연염색 모임이다.
재작년 겨울, 기어다니는 나린이 데리고 일주일에 한 번 참가한 바느질 모임이
봄부터 가을까지는 매달 한 번씩 염색 모임으로 이어져 이제 매월 세째 주 월요일은
내가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다.
뽀사시 은은한 광이 맴도는 선생님 얼굴을 보고나면 흡사 만월보살을 알현하듯
내 마음속까지 그분의 후덕함이 전해짐을 느낀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염색을 끝낸 후 
시원한 마루에 앉아 한 가지씩 싸온 반찬 주섬주섬 꺼내 놓고
갓 지은 따순밥에 점심 밥 먹는 시간되겠으니,
대부분 시골살림의 고수들인지라 그 맛이 참으로 끝내준단 말이다.
어제는 마당에 있는 여린 뽕나무잎을 뜯어  밥을 지어 양푼에 비벼 먹었다.
초피나뭇잎과 박하, 미나리를 송송 썰어 양념장을 만들어
호박볶음, 멸치볶음, 메뚜기 볶음, 마늘쫑, 매실장아찌, 고춧잎 나물 등등을 넣고 쓱싹~
가람이 엄마가 따오신 오이 고추를 그분이 직접 만든 명품 고추장에 찍어 먹으니 그 맛 또한 일품~
선생님이 끓여오신 황태 된장국과의 기막힌 조화.
언제나처럼 서로 만들어 온 반찬의 레시피를 묻고 얘기하는 시간이 한 차례 이어졌다.
다 먹은 후 후식으로 먹은 건 블루베리.
블루베리 농장을 하시는 분이 계신데, 그 덕에 작년에 난생 처음 그 비싼 블루베리 맛을 보았다.
블루베리를 한 웅큼 입에 넣을때마다 뱃속에서 아이가 좋아죽겠다는 듯 쿵쿵 발길질을 해댔다.
너도 맛난걸 아는구나. 우리도 블루베리를 심어볼까?
염색 얘기를 하려던게 먹는얘기로 한참을 샜다.

4월에는 자초,
지난달엔 얘기똥풀 염색에 이어
이번 달에는 황토 염색과 쑥 염색을 했다.

황토염색은 오고는 싶으나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을 가진 아기엄마들과 임산부를 위한 선생님의 배려였다.
그런생각하지말고 어여 와서 아가들 속옷 염색하라고.
 

  

황토 염색 과정

선생님댁 마당에 있는 황토.
질 좋은 황토를 퍼 와서 응달에 건조시킨 다음
이렇게 고무통에 놓고 물을 부어 둔다네요.
고무통을 뒤덮고 있는 담쟁이가 멋스럽네요.
 
물을 휘휘 저어서

위에 뜬 맑은 물을 다른 빈통에 옮겨 담습니다.
이렇게 여러차례 반복해야
입자가 곱고 부드러운 염액을 얻을 수 있겠지요. 
이 과정을 전문용어로 황토 수비水飛라고 한다네요.

이건 5년 동안 담가둔 황토랍니다.
오래 숙성시키고 여러차례 수비하는 공을 들이면
그만큼 입자가 곱고 질 좋은 황토 염료를 추출할 수 있답니다.

냉동실에 얼려둔 염료.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입자가 곱고 부드러워진답니다.
손에 넣고 비벼보니 정말 고운 귀한 염료입니다.

물에 조금 풀어서 염액을 만든 다음 옷을 넣고 조물조물.

말리다가 다시 염액에 넣고 조물대다가를 네 번 정도 반복.
중간에 황토 염료를 조금씩 더 넣어줍니다.

곧 태어날 아기가 입을 배냇저고리.
나린이 입힐라고 만든건데,
태어난 순간만 잠깐 입고  
서랍속에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마르고 나니 색이 연해지네요.
오래 숙성된 고운 황토라 그런지
촘촘히 물이 잘들고 빛깔도 은은하니 좋습니다.





 


쑥개떡 자연의 선물




두어 달 전, 삼송리에 사는 연욱이네 집에 놀러간 적이 있다.
나린이랑 동갑인 연욱이는 아토피가 심해서 작년에 시골로 내려온 아이다.
연욱이 엄마가 무쇠팬에 구워준 쑥개떡 맛에 반해 한번 해먹어봐야지 하고 벼르다가
나도 같은 방법으로 지난달에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여린 쑥을 뜯어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집에 있는 묵은 현미와 찹쌀을 들고 방앗간에 맡겼더니
떡을 해먹을 수 있는 마른 반죽이 되어서 나왔다.  
아토피 때문에 아무거나 먹을 수 없는 연욱이를 위해 매년 연욱이 할머니가 쑥개떡을 해다 주신다고 했다.
들기름에 구워진 쌉싸름한 쑥개떡을 아이들은 잘도 씹어 먹었다.
할머니는 쑥개떡 하나하나 둥글게 반죽해서 위의 사진처럼 냉동시켜 보내주신다고 했다.
저렇게 만들어 놓으니까 먹고 싶을때마다 조금씩 꺼내 먹을 수 있으니 여간 편한게 아니었다. 
만드는 과정이야 번거롭긴 하지만 좋은 음식 정성을 담아 자식한테 먹이고 싶은 심정이라면
(물론 내가 먹고 싶은 맘도 크지만) 
그 과정 하나하나가 즐겁게 느껴지니,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결코 알지 못했던 일이다.  
얼굴 전체에 흉이진 어린 손자를 생각하는 연욱이 할머니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가끔 볼때마다 연욱이의 얼굴은 많이 깨끗해지고 있다. 정말 다행이다.
어서어서 다 낳아서 또래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쑥쑥 자라는 아이의 성장기




나린양 어린이집 다닌지 두 달 지났다.
동네에서 함께 놀던 또래 친구들도 같이 다니고,
선유엄마, 이평슈퍼의 재우 엄마가 그곳 교사인데다
준우 엄마는 아이들 밥과 간식을 해주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환경.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빨리 적응해서 잘 다니고 있는 중이다.
어린이집 다니면서 봇물 터지 듯 말문도 트였다.
어버버뻐-하며 다양한 표정과 제스쳐로 탁월한 바디랭귀지를
구사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쫌 아쉽긴 하지만
나날이 늘어나는 어휘력을 보며 쑥쑥 커가는 걸 실감한다.
전에는 다쳤다는 의사표현을 두 팔로 열심히 달리는 시늉을 하며
온몸을 던져 슬라이딩하는 모습으로만 재연했다면
요새는 '넘어졌어, 미끄러졌어, 가시 박혔어' 하고
구체적인 상황 설명까지 하는 수준으로 급 업그레이드 되었다. 































































아침마다 아이 손 잡고 나와 노란 버스를 기다린다.
처음 한 달간은 야릇한 기분이었다.
가방을 멘 아이의 모습도, 아이 손 잡고 선 내 모습도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천방지축, 말괄량이, 귀염둥이, 애교덩어리 나린아~






개복숭아 효소 자연의 선물


시골살림은 도시에서보다 몇곱절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필요한 야채는 텃밭에서 길러먹고,
마트에 진열된 가공식품에서 멀어지다보니
필요한 건 직접 만들어 먹게 되기 때문이다.
때맞춰 작물들 심고, 각종 효소 담그고, 장아찌 담그고,
묵나물 말리고, 수확하고, 갈무리하고, 장 담그고,
겨울 간식거리라도 할라치면 곶감도 깎아 말리고,
거기에 술까지 빚기도 한다.
몇 십년간 시골생활이 몸에 밴 분들이야
농사일 하며 이런 살림까지 거뜬히 해내시지만
귀농 초보자들이 남들한다고 다 따라하다가는 골병들기 쉽상.
나도 그랬지만 주변에 귀농한 이들도 보면 한 일 이년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기 가족에게 필요한 적절한 규모의 살림을 찾아간다.
남들이 뭐 심었다, 뭐 담갔다 이런 말 듣고 자기도 꼭 해야할 것만 같아
다 따라하다가 심히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고백하는 이들을 여럿 보았다.


그래도 내가 매년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면
그건 바로 효소 담그는 일.
시판 음료를 사먹지 않으니 주스 대신 자주 마시게 되고,
샐러드 소스로 혹은 양념에 단맛을 낼 때나  김치 담글 때 등
내 살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한 식재료가 바로 각종 효소들이다.   


집 주변에 야생 개복숭아 나무가 몇 그루 있다.
재작년에 이곳으로 처음 이사와서 한 번 담가본 후에
매실이나 오미자에 밀려 찬밥신세였다가
시어머니가 구하기 힘든 귀한 거라며 홀랑 가져가버리시고 난 뒤
그 소중함을 뒤늦게 깨달은 바,
올해는 기필코 많이 담근 후 사수하리라 마음 먹었다.
개복숭아가 류머티스 관절염에 좋다는데 
한 달 뒤 산후조리 해줄 연로하신 친정엄마께 갖다드려야지.
(다산한 딸들 덕문에 엄마에겐 이번이 여덟번째 산후조리 되시겠다.)
  
요거이 알고보니 온몸에 두루두루 안 좋은데가 없는거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오미자나 매실의 효능도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긴 마찬가지.
하지만 야생 개복숭아는 말그대로 숲에서 자란 야생이니
그 효능이 더욱 좋을 것 같은 예감에다
왠지 직접 따서 담그는 정성까지 더해져 
아주 탁월한 효과를 주리란 믿음이 마음 한 구석에 콕~
    
그보단 오롯이 자연의 힘으로 자란 이 열매를 따는 재미가
무척 쏠쏠한거다.
 
  
  
약간 붉어졌을때 따는게 좋단다. 

잔털들이 복슬복슬
 

바락바락 씻어서 잔털제거
며칠간 온몸이 어찌나 근질근질하던지.

처음으로 유기농 설탕을 사서 담가봤다.

한 항아리 가득~
 
뿌듯~







벌써 유월 소소한


뒷문을 열어젖히자 눈에 들어온 붉은 열매.
언제 앵두가 이렇게 빨개졌을까?
찬찬히 집 주변을 둘러보니
오디도 앵두와 속도를 맞춰 검게 익어가고 있다.

벌써 유월 중순.
집 주변에 이런 아이들이 없었으면
계절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을게다.
자연의 시간을 알려주는 고마운 친구들.

 


어제 보건소 가서 초음파 검사를 하고 왔다.
34주. 뱃속에선 다 키웠다고 의사가 말했다.
예정일까지는 아직 40여일 남았지만
그 사이 언제 내 뱃속에서 나오더라도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지 않고 살 수 있을만큼 자랐다는 것.
가장 뜨거운 계절에 만나게 될 둘째 아이.
아마 내 생에 가장 뜨거운 여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몸의 움직임은 몇 배 느려지고 
체감하는 시간은 점점 빨라지니
그야말로 요새 시간이 빛의 속도다.














짧은 여행 아이의 성장기



나무를 사러 간다는 정목수를 따라 나린이를 데리고 강릉에 다녀왔다.
아직 벚꽃이 피지 않은 곳은 우리동네 뿐.
문경,제천,원주를 지나 강릉으로 가는 길 내내 환한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하얀 꽃들 사이로 연한 연두빛 새순들이 바람에 팔랑거렸다.
녹음이 짙어지기 전의 연초록 잎새들은 해마다 내 심장을 일렁거리게 만든다.
아기 살결처럼 연하고 보드라운  연두빛 새순에서 '폭'하고 움트는
작은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싱그럽고 사랑스러운......
 


여기 눈부신 분홍꽃 또 하나 있다.

너는 아니?
네가 그대로 봄이고 꽃인걸.^^


 

경포대의 수양 벚꽃길



목요일 오전에 출발해 다음날 늦은 밤에야 도착한 우린 모두 녹초가 돼있었다.
강릉은 꽤 멀었다.
해안도로와 꽃길을 달리며
반은 들뜨고 신났고 반은 힘들고 피곤했다.
카시트를 거부하는 세 살짜리 아이와
7개월된 뱃속의 아이까지 데리고 가기엔 가볍지 않은 몸이었다.
강도높은 육아가 겨우 끝나나 했더니
이제 여름이 오면 더블로 노동을 요하는
육아와의 전쟁이 또다시 시작될 것이다.

벚꽃 흩날리는 도로를 달리며 지난 여행을 떠올렸다.
남편도 아이도 없던 시절 홀로 가벼이 날아다녔던 그 무수한 길들.
그랬다. 지금 생각하면 그땐 날개가 있었다.
어디든 원하는대로 갈 수 있던 날개.
한곳에 정주하지 못하고 늘 부유하던 마음은 낯선 곳을 향해 자주 날개를 펼치곤했다. 

이렇게 바다와 꽃을 실컷 구경하며 길을 달려보는 것도 거의 삼년 만이지 싶었다.
고맙게도 그동안 나의 몸은 여성이라는 자연에 순응했고
아이 낳고 키우는 조화로운 생명의 순환구조에 편입되어
그야말로 손발이 닳도록 새끼 키우며 살림하는 아줌마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를 둘러싼 자연환경이 든든한 위로와 빽이 되어주었다.

승차감 떨어지는 트럭을 타고 허리가 아플정도로 달리면서
열 두 시간 넘게 비포장의 밤길을 수도 없이 달렸던 시간들을 생각했다.
그때 내게 절실한 것들은 무엇이었지?
다시 홀가분한 몸으로 혼자 길 위에 서게 될 시간이 오게 될지.
그렇담 그때가 언제쯤일지.
그때 내 머릿속은 어떤 생각들로 채워질지.......

강릉을 출발해 4시간 넘게 달려 쌍곡계곡길로 접어들었다.
이제 조금만 가면 우리집이 나온다.
언덕위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왔다.
까만 밤하늘에 환한 달이 떠 있었다.
알싸한 밤공기를 깊이 들이 마시고
언덕을 넘고 구불구불 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농기구 삼종 셋트 아이의 성장기

달래가 풀밭처럼 무성하다.
집주변이 온통 달래투성이다.
전에 살던 호나엄마가 달래와 부추를 많이 심은 덕분에
요새 여러집 밥상이 즐겁다.
동네 아줌마들이 여러번 와서 캐가는데도 좀체 줄지 않는 요 고마운 녀석.

아줌마들 틈에서 열심히 호미질하는 나린

이번엔 곡괭이질을 한번 해볼까?

으싸~ 삽질도 한번



이렇게 발로 꼭 눌러서~



사람들은 밥을 갈고 퇴비를 뿌리고 감자를 심었다.
봄배추도 심고 완두콩도 심고 쌈채소도 심는다.
오늘 나도 조그만 텃밭을 갈고 퇴비를 뿌렸다.
여기에 동글동글 방울토마토 많이 심어서
나린이랑 열심히 따먹어야지.





나중에도 해줄거지? 아이의 성장기


너무나 눈부신 너의 뒷모습

제법 야무지게 그릇 안쪽을 박박 닦고 있지만....


저러고 십분 십오분 달그락대지만
정작 가보면 바닥에 물은 흥건하고
옷소매는 다 젖어있으니,
일거리만 배로 안겨준다.

지금은 아이가  너무나 좋아하는 설거지 놀이.
나중에 커서도 그맘 변치 않고
 엄마 도와줄거지?






 



장 담그기 소소한


지난주 토요일, 드디어 장을 담갔다.
보통 정월 말날에 담근다는데 그보다 한달이나 늦어졌다.
이웃에서 유기농으로 기른 콩 한말을 사고
이웃에 사는 생업으로 장담그는 이에게 강습을 받아가며
그 장인의 집에서 콩을 삶고, 메주를 만들고,
그 집 구들방에서 이틀간 메주를 띄운 뒤 다시 집으로 가져와
볕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처마 밑에서 한 달,
우리 식구 자는 방에서 몇 주,
다시 그 장인의 구들방으로 실려가 며칠 더 띄우기를 반복.
시댁에서 간수 빠진 몇 년 묵은 소금 공수해 오고,
시어머니가 보내주신 큰 항아리 홀랑 깨먹은 다음
다시 친정에서 항아리 하나 공수해와서
드뎌, 벼르고 벼르다
내 생애 첫 장을 담그는 엄청한 과업을 이루어낸 것이다.
크하하^^
(아직 장 가르고 간장 빼고 된장 만드는 과정들이 남았지만)

메주가 그닥 잘 뜨지는 않았다고 했다.
식구들이 생활하는 방에 걸어두는 이유는
우리 몸속 미생물이 메주에 달라붙어서
그 메주로 만든 장이 곧 우리 식구 먹는 백신이 된다는 사실.
이웃의 그 장인 말씀이 곰팡이가 잘 생기지 않은 이유를
정목수의 알콜 때문이라 진단해 주었다.
네 집이 모여 함께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띄운건데
주거 환경에 따라 각각 메주가 다르게 뜬 사실도 흥미로웠다.
식구가 많고 외풍이 심한 오래된 집에서 가장 잘 떴고,
작년에 신축한 단열 빵빵한 집에선 잘 안떴으며
편백나무 이층 침대에 걸어둔 집에서는 아예 곰팡이가 생기지 않았다. 

전날 식초 탄 물에 하루 담가둔 항아리를 씻고
다시 짚을 태워 소독한 다음,
항아리 안에 두 조각으로 잘라진 메주를 넣었다.
소쿠리에 광목을 얹고 소금을 담아 물을 걸러낸 다음, 
반나절 뒤에 위에 뜬 맑은 물을 항아리에 부었다.
염도는 계란을 띄워 오백원짜리 동전만한 크기가 보일 정도로.
그 위에 잘 말린 붉은 고추를 넣고 
불에 달군 숯을 띄운 다음 망을 씌우면 끝!
'한국의 저장 발효 음식' 이란 책에는 고추와 숯을 3일 뒤에 넣으라고 씌여있다.
메주 띄우는 방법도 지역마다 사람마다 다르다.

망사를 씌우고 났더니 어스름한 하늘에 둥근 보름달이 걸려있다.
나린이와 함께 보름달을 보며 맛있는 장이 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이 뿌듯함이란 ~~

문제를 깨달은건 다음날 정오가 한참 지나서였다.
화장실에서 큰 볼일 보고 뛰를 씻지 않은 매우 찝찝한 기분.
뭐지? 이 기분은...
곰곰히 생각해보니 메주를 씻지 않고 그냥 소금물을 부어버린 것.
곰팡이와 먼지를 솔로 빡빡 문질러 물에 깨끗이 씻고
햇볕에 말린다음 항아리에 넣었어야 하는데
그냥 소금물을 부어버린 것이다.
아뿔사!
몇 달간 그 많은 과정을 거치며 해낸 일인데
그걸 까먹다니....
어차피 항아리 속에서 발효가 되겠지만 그래도 개운치 못한 기분.

첫 장맛은 좀 쓸지 않을까싶다. 큭~
 


두둥실~ 움트는 소소한



 

임신 6개월로 접어들면서 배는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꼬무륵 꼬무륵~ 툭~ 이제 태아의 움직임도 제법 느껴진다.

또 하나의 생명이
점점 커져가는 내 작은 우주안에서 두둥실 뛰노는 중.
제 존재를 드러내는 끊임없는 발길질.

이 미묘하고 경이로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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