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멩이골작은도서관,7년 간의 변화 솔멩이골작은도서관


올해부터 솔멩이골작은도서관의 관장대행 총무를 맡았다.

2년간 관장을 맡았던 민경 씨가 사서 공부를 위해 서울로 떠나고,

그 뒤를 이어 도서관을 맡았던 현수 씨는

올해 3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으로 6년 만에 복직했다.


누군가 도서관을 맡을 사람이 필요했다.

기다렸다는 듯 제가 할게요.” 라고 번쩍 손을 들었고

동네 사람들은 마치 네가 그럴줄 알았다는 듯

네가 할 줄 알았어. 파이팅! 고마워. 감사해요. ......”라고

도서관 네이버 밴드에 줄줄이 격려의 댓글을 달아주었다.

이제 우리 마을에서 도서관은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 되었다.

누군가 도서관을 맡아서 관리해주길 모두 바란다는 사실을 알기에

냉큼 손을 들어 그들을 안심시키고 싶었다.



2010년 5월, 개관식을 위해 책정리와 청소를 마치고 찍었던 도서관 내부 사진.



어머나.
책장 사이로 빤히 쳐다보는 아기.
나린이 한 살 때 모습이다. 

개관 첫 해,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책과 함께 놀았다.




해를 거듭할 수록 책은 점점 많아졌다.




내 사주에 갑자 대운이 들어온 작년 한 해.

뻗치는 기운을 주체 못하고

작년 가을, 도서관에 페인트칠을 감행했다.

젊은 엄마들을 사주해서 반나절 만에 페인트칠을 뚝딱 마쳤다.

책장 배치도 다시 하고 지저분한 철문에 시트지도 붙였다.







작년 겨울에는 도서관 희망 원정대에서 온다기에

엄청난 대청소를 했다

   

도서관 희망 원정대는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지역도서관을 찾아와

도서 분류와 목록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봉사 활동이다.


제대로 도서 분류도 안 되어 있고
소장하고 있는  도서목록도 없는 것이 
우리 도서관의 가장 큰 문제.  

이걸 해결해준다니 기특한 학생들 같으니라구.

 

그러나 대학생들이 오기로 한 날을 며칠 앞두고
그들과 연락을 취했던 현수씨로 부터 비보를 전해들었다.
답사까지 왔던 학생들이 돌연 계획을 취소한 것.
현수씨 짐작으로는 대표를 맡고 있는 여학생이
일주일간 머물러야하는 솔뫼농장의 시설과 주변 환경을 보고
마음이 바뀐 듯 하다고...
주변에 가게도 없고, 아궁이에 불도 때야 하고
 화장실은 야외 생태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걸 보고
그 여학생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고 한다.
 (속단할 순 없지만 여자의 직감으로....)

잔뜩 기대했던 우리 마음도 몹시 어두워졌다.




그래서 그냥 우리가 하기로 했다.


책 뒷면 하단에 있는 한국표준부가기호 다섯자리.
그 중 세 번째 숫자를 보고
십진분류에 의해 대분류만 하고
라벨을 붙이기로 했다.


 
이런식으로.


서가의 모든 책을 꺼내
분류번호 라벨 붙이고,
그 밑에 솔멩이골 스티커 붙이고,
 그 위에 투명 스티커 한 번 더 붙이고,
붙이고 붙여도 끝이 없었다.

텅 빈 책장 언제 채우나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차례나 책을 버리고도 더 이상 꽂을 공간이 없어 몹시
난감한 도서관이 되었다.

한 달간 다섯 번 정도 모여서
분류 작업을 끝냈다.

분류 기준대로 책이 배열되니까 전에 안보이던 책들이 한눈에 쏙 들어왔다.
라벨 붙이느라 책을 한 권 한 권 만지고 책장을 넘겨보며
'아니 이런 책이 있었네.
이거 읽어보고 싶었는데.' 라고
다들 한마디씩 하기도 했다.
그동안 책을 재발견하는 기쁨이 컸다.






두 칸짜리 책장 여섯 개를 짜서 올렸더니 서가의 키가 훌쩍 커졌다.
거기에 책분류 사인판을 붙였더니 “어, 여기 도서관 맞네.” 하는 느낌이 팍!
아이들 책 읽는 일러스트 몇 컷을 붙였더니 “아~ 책 읽고 싶어라.”하는 기분이 팍팍!
하고 나만 느끼는 건 아닐테지.







블로그에 솔멩이골작은도서관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었다.

우리마을 네이버 도서관밴드에 올리는 도서관소식을
이곳에도 옮겨와야겠다.

 앞으로 계속 솔멩이골도서관의 역사를 기록해야겠다.










변화무쌍 나린이 바람의 아이들


매년 삼월이면 담임선생님과 아이에 대해 상담을 한다.

채 한 달도 안 된 기간이지만 선생님이 아이에 대해 파악한 것을 말해주며

일 년간 어떻게 수업할지 계획을 알려주신다.

상담하는 내내 나린이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으레 그러시려니 하기엔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너무 잘 키우셨다. 어떻게 그렇게 키우셨냐?

볼 때마다 너무 예쁘고 참 잘 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인사도 너무 깍듯하게 잘한다.

발표도 잘하고 말할 때 어휘력과 표현력도 뛰어나다.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어주셨냐?

책 읽을 때 나름 운율을 살리면서 읽는다.

일기도 잘 쓴다.

다리가 불편한 연욱이를 가장 잘 도와주고 배려하는 아이가 나린이다.

반 노래를 연습했는데 나린이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율동을 가르치더니 노래 부르면서 함께 춤을 추더라.

자유분방하지만 자기 할 일은 알아서 잘한다.

리더쉽도 있다.

 

.

야릇한 경험이었다.

내 딸에 대한 칭찬의 말들.

내게 쏟아지는 상찬이요, 그동안 육아에 쏟았던 내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여겨졌다.

그래, 난 잘하고 있는 거였어.’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작년 이맘때 갓 초등학생이 된 나린이는 학교 가기 싫다며 날마다 울었다.

결석도 잦았다.

유치원 시절을 그리워했다.


 “지오야, 넌 지금이 행복한 줄 알아야 해.

 학교 가면 계속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하고 놀지도 못해.”


툭하면 동생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아이들은 수십 번 바뀌니까.

 2학년이 되더니 변했다.

학교 갔다 오면 숙제부터 한다.

죽어라 쓰기 싫어하던 일기도 한 페이지를 넘게 쓴다.

 알고 보니 스티커 때문이었다.

 

엄마, 나랑 선유가 스티커 여섯 개로 제일 많아.”

 

집에 오자마자 일기를 쓰던 나린이가 고무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들 사이에 스티커 경쟁이 붙은 거다.

 

선생님이 언제 스티커 주시는데?”

 

받아쓰기 백 점 받거나 일기 길게 잘 써오면.

근데 귀찮아서 이제부터 일기 한 줄만 쓸거 야.

스티커 안 받아도 돼.”


짝짝짝~

박수를 쳐 주었다.

흐흐흐 그럼 그렇지.

그동안 쟤가 왜 저러나 싶었다.

날마다 한 페이지 넘게 일기 쓰는 게 보통 일인가?

초등학교 2학년짜리가. 그 말에 안심이 되었다.

학교 다녀오면 숙제부터 하던 나린이가 또 변했다.

지금은 그냥 논다.

스티커 경쟁에 흥미를 잃은거다.


나린이 혹시 집에서 따로 공부시키는 거 있으세요?

 나린이 학습역량을 볼 때 그냥 두시면 아까울 것 같아서요.

 공부도 습관이잖아요.”

 

영어는 좀 했으면 해요.”

 

제 딸아이는 일곱 살 때부터 7년째 저랑 같이 튼튼영어 공부해요.

 그 당시엔 몰랐는데 기본이 꽤 다져졌더라고요.”

 

조카가 공부했던 튼튼영어 테이프랑 교재가 집에 잔뜩 있다.

언젠가 이걸로 아이들이랑 같이 공부할 생각이었다.

아이들은 이 교재를 몇 년째 장난감으로 아주 잘 갖고 놀고 있다.

테이프와 교재 순서는 마구 뒤섞였고 이미 망가진 테이프도 수두룩하다.

상담한 그날 저녁 난 제일 첫 번째 교재와 테이프를 찾아서 아이들을 불렀다.

당장 공부습관을 길러줘야 할 것만 같았다. 

 

오늘부터 엄마랑 영어 공부하자.”

 

대체 뭔 소리야?”

아이들은 잠깐 듣다가 각자 흩어져 제 놀이에 빠져 들었다.

버리지 말라며 모아둔 택배 상자를 늘어놓고 칼로 오리고 물감으로 칠하고

온갖 잡다한 물건을 꺼내어 거실과 부엌 바닥을 초토화시킨다.

날마다 벌어지는 놀이판이다.

 

얘들아, 엄마가 그림책 읽어 줄게.”


엄마, 쉿 해봐. 조용히 좀 해.”

 

상담하고 오니 괜한 의욕이 뻗친다.

아이들은 격하게 거부한다.

 

아이 공부습관은 엄마가 만들어줘야 하는 건가?

그렇다면 난 완전 꽝인 엄마다.

싫다는 아이를 붙잡고 어떻게 억지로 공부를 시킨단 말인가?

일단 내가 귀찮은데 말이다.

그런 습관은 과연 몇 학년 때부터 필요한 건가?

에이 모르겠다.

일단 지금은 실컷 놀아라.

나중에 생각해보자.

스스로 알아서 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면 최상이겠지.

 


 

 


수업 첫날 미술수업


명덕초등학교 그리기 수업 첫 날.
아침에 수영하고 중원대 식당에서 점심 먹고
수업하러 학교로 고고~~
저학년(1,2학년) 18명  2시간
고학년(3~6학년)14명 2시간.
스케치북이랑 각종 그림도구가 두 박스.
주차장에서 제일 끝에 있는 교실로 두 번에 걸쳐 박스를 옮겼다.


햇살이 쪼르르 내려앉은 내 책상.

스케치북을 늘어놓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저 문을 열고 어떤 아이들이 들어올까?

이 썰렁한 교실을 아이들 그림으로 알록달록하게 만들테다.

오호호호~ 병아리떼가 선생님을 따라서 우르르 들어왔다.
너무 귀여워서 아이들 양볼을 계속계속만지게 된다.
솜털 보송보송한 뺨이 너무 보드랍다.   


그래 그래, 맘껏 그려라.

그림 그릴땐 제법 진지해요.

일학년 수현이가 그린 까마귀의 힘찬 날개짓.



2학년 지우의 자기소개 그림.

2,3학년 여자아이들이 그린 그림속 사람들은
커다란 쵸코칩쿠키 눈을 가졌다.

병아리떼가 나가고 고학년 선배들이 들어왔다. 

작년과 달리 5~6학년 아이들이 많아서 좋았다.
첫 시간,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다보면
한 학기 동안 어떤 분위기 속에서 수업이 이루어질지 대략 가늠이 된다.


준비해간 주제를 바꿨다.

"얘들아, 나무를 그려보자."

열 둘,열 세 살, 소녀들이 차분히 앉아
 자기만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그린다.

다양한 형태의 나무 그림이 완성되었다. 
 여러모로 아이들을 살필 수 있는 소재의 그림이다.

수업이 끝나고 담당 교사로부터 교사들의 드로잉 모임을 제안받았다.
그림 그리고 싶은 교사들과 일주일에 한 번 드로잉 수업.

올 가을부터 우리마을에서도
충북문화예술제단 기금을 지원받아
드로잉 모임을 만들 예정이다.
  재밌을 것 같다.


 
 




카레밥 먹는 저녁 풍경 바람의 아이들


 

엄마, 나 김치 씻어줘.”

김치를 물에 헹궈 지오 밥그릇에 얹어준다.

잠시 딴짓하고 돌아온 지오,

내가 이렇게 시간을 줬는데 김치는 딸랑 하나밖에 안 줬어?”

근데 지오야, 이제 네가 직접 씻어서 먹어도 되지 않아?”

그럼 나 안 먹을래.”

곧바로 휙 일어나 가버리는 지오.

 

아흐 똥 마려. 난 똥 싸는 게 제일 귀찮아.”

밥 먹다 말고 나린이가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머리 감는 게 제일 귀찮다며.”

화장실에서 바지를 반쯤 내린 채 나온 나린이,

엄마, 똥 다 싸서 일어나면 또 마렵고 일어나면 또 마렵고 그래.”

그러더니 다시 화장실로 간다.

다시 돌아와 밥 먹는 나린이.

엄마, 쌀겨는 엄마가 뿌려줘.”

넌 언제까지 엄마가 네 똥에 쌀겨를 뿌려줘야 하니?

학교 화장실에서 싸면 네가 물 내리지?“

물 내리는 건 간단하잖아. 우리 집은 더럽게 똥 보면서 뿌려야 하잖아.”

 

이번에는 지오 차례.

엄마, 나 똥 마려. 같이 가자.”

넌 언제까지 화장실 갈 때마다 엄마가 따라가야 하니?”

음 여덟 살 때까지. 아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으니까 여든 살까지.

우리집 화장실은 무섭단 말야

 

여기까지 쓰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옆에서 카레라는 제목으로 일기를 쓰던 나린이가

내 노트북 자판을 두드려 이렇게 써놓았다.


야 이녀석들아. 엄마가 언제까지 너희곁에 있어야 하니!”




허리에게 안부를 묻다. 소소한


정목수 등은 활처럼 굽었다.

목은 하늘로 향해 있어 영락없는 거북이 자세다.

칠순을 넘긴 제 아비의 모습과 똑같다.

서른 아홉 살, 어린 두 딸 아빠의 서글픈 자세다.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이 몸에 새겨진 결과가 그의 자세라 했던가?

당신은 지금껏 웅크리고 살아왔나?

 

삼월에 시작할 집 공사를 코앞에 두고

정목수는 심한 가슴앓이를 해야했다.

올해 개정된 건축법에 의해 소규모 공사도 일정한 자격을 갖춘

현장관리인을 배치해야 한단다.

정목은 그에 따르는 자격 점수 미달.

구두 계약 끝내고 도면작업과 상담까지 마무리한 이웃집 공사는 미궁에 빠졌고,

함께 일하기로 약속한 일꾼들은 시작할 날짜만 기다리고,

일을 의뢰한 건축주와 당장 일을 해야만 하는 일꾼들 사이에서

정목수 마음은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급기야 그의 등짝도 한 뼘쯤 더 굽어 버린 듯했다.

나 또한 만나는 사람마다,

“**이네 집 언제부터 짓냐?

집은 지을 수 있는 거냐?

시골에 손수 집 짓는 로망은 이제 실현 불가능이로구나.

정목수 어쩌냐? **이가 자격증 있다는데 빌려달라고 해봐라.

기타 등등......“

오지랖 넘치는 동네 사람들의 염려 속에서 한 달을 보냈다.

나 이제 이 일 못 하겠다. 당신이 월 이백만 벌어다 줘야겠어.”

나의 평화로운 시대는 갔구나.

생계를 위한 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때가 왔구나.

근데 무슨 수로 월 이백을 벌지?

지금껏 뭐하고 살아왔지?

나의 자조와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업계에선 현장관리인 기준에 대한 분분한 해석이 오갔다.

이에 관해 목조건축협회에서 질의를 보냈고

국토부에서 내려온 답변에 근거에 정목수는 자격을 얻게 됐다.

이번 주부터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토록 고대했던 공사 첫 날,

대낮에 정목수가 돌아왔다.

짐을 내리다가 허리가 삐끗하더니 걷기조차 힘들다고 했다.

그날 밤, 정목수 등에 뜸을 떠 주었다.

내가 작게 뜸쑥을 말아 등에 올리면 나린이가 향을 대고 불을 붙였다,

불꽃이 타들어 갈 때마다 고문당하는 사람처럼 엄청난 비명을 질렀다.

그 마음은 더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겠지.

그 몸을 이끌고 날마다 일하러 나간다.

밤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뛰척일때마다 괴로워한다. 

일을 안해도 걱정이요, 막상 시작하면 걱정은 배가 되는 이 생계의 딜레마.

'어디가서 월 이백을 벌어오지?'

일하고 돌아온 정목을 볼때마다

앞으로 경제자립의 자세를 확립해야만 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팔랑인다. 


나도 일년에 한 두번 허리 꺾이는 증상이 있다.

주로 겨울에 불시에 나타난다.

올 겨울은 그냥 지나가나 했는데 지난달 말에 그 증상이 찾아왔다.

나린이랑 지오가  시부모님을 따라 수원에 올라간 그날 저녁,

동네 아줌마들을 불러서 시부모님이 잔뜩 사놓고 간 고기를 구워먹었다.

웃고 떠들며 거하게 먹고 마시다가 군불때는 걸 잊어버렸다.

밤새 추위에 떨며 웅크리고 잤는지 다음날 아침 허리가 펴지지 않았다.

눕거나 몸을 뒤척일 때, 기침할 때 심한 통증이 일었다.

골반은 틀어졌고 굽은 허리와 팔자 걸음으로 열흘을 버텼다.

한의원에서 요방형근이라는 진단을 내려줬다.

둔부와 허리에 근육이 없거나 잘못된 자세로 인해 생기는 증상이란다.

허리가 펴지고 난 뒤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

작년과 똑같이 운동을 많이해 근육을 키우리라 다짐했다.

꾸준한 운동이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이런 통증을 안고 날마다 일 해야하는 정목에게 

"당신도 근육 운동이 필요해." 라는 조언은 가다가 곧 휘발돼 버린다.

"우리 가족의 생계가 당신 허리에 달려있단 말이야."

라는 말은 그의 등을 더 휘게 만들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껏 어떤 자세로 걸어왔던 걸까?

어떤 자세와 태도가 나와 당신의 중심 뻐대위에 이런 아킬레스건을 새겨 넣었을까?   

후후~ 우리 좀 더 바른 자세로 삽시다요.

오로지 당신 몸을 돌보기 위해 시간을 할애 할 여유가 찾아오길 바란다오.


  









빨강머리 앤 소소한


동네 딸들이 커서 졸업을 하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그 귀엽던 꼬맹이가 벌써 중학생이 되고

초등학교 2학년 때 전학 온 소녀가 여드름 가득한 숙녀가 되다니.

딸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다가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이란 에세이와 다이어리 세트를 주문했다.

어릴 때 TV로 봤던 만화 속 장면과 앤이 했던 대사들.

보고 또 보고 너무 많이 봐서 익숙한 장면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다시 봐도 귀엽고 사랑스럽구나. 앤.

내 딸들에게도 선물하고 싶다.

미리 사 둘까








또 다시. 소소한


이곳에서의 모든 계절이 좋았다.

냉이와 달래 향을 입안에 가득 담는 봄,

몽글몽글 그 아련한 연초록 세상이 지나면 언제라도 풍덩 뛰어들 수 있는 계곡에서 여름을 만끽했다.

가을엔 곱게 물든 숲과 길이 나를 유혹했고 

겨울이면 눈 덮인 산과 박공지붕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잠시 멈추어도 된다며 나를 위로했다.

또 한번 그 모든 계절을 살았다.

몸이 간질간질 한 걸 보니 봄이 멀지 않은 듯하다.


대보름날 동네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먹고 거하게 달집태우기를 하고 나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대야산 너머로 서서히 떠오르는 보름달을 이 날, 일 년에 한 번 본다.

보름달과 함께 동네 사람들의 소원지가 매달린 달집이 활활 타오르고 각자 한해의 소망을 기원하는 날.

달집태우기는 우리 동네 가장 큰 행사다.

그동안 못 보던 동네 분들도 이 날 만큼은 모두들 달집 앞에 모여든다.

검은 하늘로 솟구치는 불씨와 사그라지는 달집을 끝까지 지켜본다.

저 불씨와 함께 내 안의 액운도 사라지리라.

한 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이 제의의 리듬에 따라 이제 내 몸과 마음도 함께 움직인다.

그래서 지금 내 마음도 괜시리 바빠진다.




지오 바람의 아이들



잠잘 때 아직 기저귀 차는 지오.
혼자서 그림책 줄줄 읽는 지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하며
제 먹은 그릇과 수저를 치우는 지오.
"엄마, 나 휘파람 불 수 있어."
내 귓가에 조그만 입술을 대고
바람을 잔뜩 불어주는 지오.
온몸이 간질간질.
지오의 기운이 몸 안으로 사르륵.  



달집태우기 하던 날.
 지오가 소원지에 적은 글.






아홉 살, 일곱 살 바람의 아이들











장작패기 바람의 아이들


우리집 겨울 난방은 구들과 난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장작을 패서 쟁여 두는게 일이다.

물론 정목수의 일. 


1월의 마지막 어느날,
두 딸이 아빠를 돕는다.






나린이가 아랫집 뀬이랑 불장난 하는 동안

지오는 은선이랑 바느질을 한다.


아이들이랑 부대끼며 보낸 겨울방학이 끝났다.
겨우내 둘 다 키가 쑥 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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