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소한


아이들 학교버스에 태워주고 동네 한바퀴 산책하고 돌아왔다. 
아침 바람에서 가을 냄새가 난다.
내일은 아이들 개학날이다.
고맙게도 방학동안 하는 돌봄 교실에 나린이 지오 둘 다 거의 빠지지 않고 나갔다.
이 폭염에 둘 다 온종일 집에 있었으면 우찌 살았을꼬?
오늘 보니 큰 버스안에 연욱이 혼자 타고 있다.

골목마다 건조기 작동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고추 말라가는 매캐한 냄새가 모터소리에 실려 여기저기서 풍겨온다.
이 가뭄에도 맷돌호박은 커다랗고 탐스럽게 열매를 맺었다.
갈색으로 변해가는 대추는 작고 쪼글쪼글하다.
작년에도 가뭄이 심하다 했는데 올해는 더하다. 
할매들 집 텃밭에는 심은지 얼마 안 된 가을 배추랑 열무가 자라고 있다.


집안에 갑자기 개미가 많아졌다.
"지오야. 과자 흘리면 이렇게 개미가 많이 생겨."
쪼만한 개미들 여럿이 꼬딱지 만한 과자부스러기를 영차영차 나르고 있다.  
"엄마, 왜냐하면 여기 이렇게 틈이 점점 커져서 거기서 개미가 들어오나봐."
그래 너무 건조했지.


더운날엔 차라리 땀흘리며 일해야 한다.
선유동 식당에서 일하는 것 좋았는데.
영법용 가스불 앞에서,
짠내 나는 땀 뚝뚝 흘리며.
폭염 속에 특별한 일없이 집에 있는건 정말 곤욕이다.
몸에서 기름 땀만 삐질 나온다.
허리디스크 때문에 식당에 못나간 뒤에 그곳에서 짤렸다.
그 후로 아랫집 언니는 날 부르지 않고 우리 동네에서 가장 체력 짱짱한 언니를 부른다.

알바도 짤리고
방학이라 학교 수업도 없고
애들은 학교 가고...
심하게 더위 먹은 어느날,

갑자기

페북을 시작했다.
누구와 친구맺고, 파도 타고, 남들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댓글 달고, 좋아요 눌러주고...
이런 시스템이 싫어서 2년 전에 잠깐 하다가 접었던 페북. 
요즘 날마다 페북에 그림을 올리고 있다.
(사실 이게 페북을 다시 시작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모르는 사람이,
과거에 알았으나 지금 별로 궁금하지 않은 이들이
친구요청 해오면 무시했는데
지금은 내가 모르는 이들한테 친구요청을 날리고 있다.

그동안 은둔자를 고수하며 콕 숨어 살았던 것 같은 기분.
과거의 나를, 과거에 알았던 사실을 단정 짓지 말 것.













 

    


파란 고래 소소한



늦은 오후, 아이들을 데리고 선유동 계곡에 갔다.
아이들은 이제 물과 친해졌다.
낮은 바위 위에서 거침없이 뛰어내리고, 잠수도 하고 개구리헤엄도 친다.
하늘을 보고 누워 양팔을 쭉쭉 뻗으며 계곡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내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건 그나마 배영이 유일했다.
대여섯 번 팔을 휘젓고 나서 멈춰서 보니 이크,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머리가 수면 위아래로 아슬아슬하게 달랑거렸다.
평형으로 자세를 바꿨다.
여러 번 물살을 가르며 팔다리를 움직였다.

'그런데 저 너머 보이는 바위는 왜 계속 제자리에 있는 거지?'

힘이 다 빠져버려서 다시 멈춰 섰다.
엄지발가락 하나만 간신히 땅에 닿을락 말락 했다.
덜컥 겁이 났다. 손을 흔들어봤자 소용없었다.
누군가 손을 흔들어 살려달라고 하기엔 지금 이곳은 너무나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때 어디선가 파란 고래 한 마리가 머리 위로 날아왔다.
영롱한 눈망울에 긴 속눈썹을 가진 돌고래였다.

'아, 내 생명의 은인.'

녀석의 꼬리에 매달리다가 몸이 뒤집혔다.
돌고래를 붙잡고 엎치락뒤치락 버둥대다가 간신히 등에 올라탔다.

"이대로 날 저 멀리 푸른 바다로 데려다주지 않을래?"

그때 해사한 얼굴을 가진 청년이 내게 다가왔다.

"아줌마 괜찮으세요?"

"아 네. 고맙습니다. 여기 튜브여."

청년은 돌고래 튜브를 갖고 한 무리의 친구들이 놀고 있는 쪽으로 가 버렸다.

'아흐, 쪽팔려.'

얼른 나린이와 지오 쪽으로 다가갔다.

아이들은 소리 내 웃기만 할 뿐 별말이 없었다.
우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신나게 물놀이를 했다.
며칠 뒤 나린이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그때 엄마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어?"

"엄마가 장난치는 줄 알았어. 그냥 이상했어."

"그리고 또?"

"완전 창피했어."

열심히 수영연습을 해야겠다.
나도 내년에는 멋지게 다이빙도 하고 잠수도 하고 개구리헤엄도 칠 테다.


















 

달을 보다. 소소한



누운 지 몇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좀체 잠이 오지 않는다.
커피를 많이 마신 것도, 낮잠을 잔 것도 아닌데...
몇 번을 뒤척이다 이상한 기분에 휩싸여 눈을 떠보니
역시나.
창밖에서 둥근 달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보름달과 눈이 마주친 밤이면 어김없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달빛이 내 몸을 간지럽히며 밤새 뒤척이게 한다.
새벽 두시가 넘어간 시간.
희끄무레한 노란빛이 방안에 가득 들어차 있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나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아침 일찍 일하러 가는 정목수 밥 차려줘야 한다고.'

방향을 180도 뒤집어 달을 등지고 누웠다.
달빛이 여전히 등을 두드리며 장난을 걸어온다.

'나 안 볼테야? 이 교교한 빛을 한번 보라구'

오래전, 빛 보기 명상을 한 적이 있다.
달빛, 물에 비친 햇빛,
나뭇잎을 통과한 투명한 햇살과 촛불의 불빛들.
온갖 빛을 오랫동안 보았다.
그때 한참을 서서 보름달을 본 적이 있다.
그렇게 한참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달 주변에 푸른 띠가 생기면서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
그 순간 몸이 붕 떠오른다.
우주 어딘가를 홀로 떠도는 착각에 빠져들며
더없이 편안하고 황홀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뭐였지? 이 괴상한 명상법은.....
  
'하지만 오늘은 안된다고.
 아침밥 안 먹고 가면 이 땡볕에 얼마가 힘들겠냐고.'

마당에 나가 달을 보고 싶지만 어서 잠들어야 한다,
남편 밥 해먹이고 아이들 챙겨서 학교에 보내야 하니까.




 




안개 먹는 아이 바람의 아이들





이웃집 아이 시헌이


















또 꼬부랑 됐어. 소소한


"엄마 또 꼬부랑 할머니 됐어?"

허리가 굽어졌고 걸음걸이는 완벽한 팔자가 됐다.
걸을 때는 양손으로 허리를 받쳐야 한다.

'삐뽀삐뽀~~
 허리디스크가 재발했어요.
 주의하세요'

이런 신호도 없이 불시에 찾아오는 허리 꼬부랑 증세.

몸이 안 좋을 때 무리해서 허리를 쓰면 이런 꼴이 된다.
주로 겨울에 한 번 정도 그러는데 여름에 이럴 줄이야.

그 날 5시간을 서서 설거지를 했다.
아랫집 언니가 선유동 계곡 식당에서 여름 한 철만 식당과 슈퍼를 한다.
지난 주말에 몇 시간만 도와달라고 해서 갔더니
마침 연휴 낀 주말인지라 손님이 바글댔다.
전에도 두어번 가서 도와주었는데 그때는 정말 편하게 일했던 거였다.
적당히 설거지하고, 서빙하고, 손님 없을 때는 커피도 마시고 맥주도 마셨다.
계곡 중턱이라 바람은 시원했고
손님들 몸에서 풍겨오는 물비린내도 좋았다.
시간당 만 원씩 주는 알바비가 황송할 정도였다.

언니가 토요일에 도와달라고 문자를 보냈을 때 망설임 없이 가겠다고 했다.
몸 상태가 별로 좋진 않았지만,
집에서 아이들과 지지고 볶느니 혼자 시원한 곳으로 도망가자는 (못된) 심산이었다.

나는 바쁠 때만 잠깐 투입되는 깍뚜기.
배골에 사는 은희 언니가 오전부터 저녁까지 날마다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오늘은 좀 바쁘네."
"이건 바쁜 축에도 못 들어."

설거지는 계속 쌓였고, 그 와중에 닭볶음탕이랑 닭죽 끓이고,
야채 썰어 넣고, 파전 반죽 만들고, 상 치우고, 서빙하고...
셋이서 최대한 빠르게 호흡을 맞춰가며 일을 했다.
사다 놓은 닭이 다 떨어져서 아랫집 언니는 닭 사러 읍내까지 나가야 했다.
  
점심때가 훨씬 지났지만 읍내 간 언니는 돌아오지 않고
손님들도 계속 몰려들었다.
끼니 거르는 건 내게 있을 수 없는 일.
가장 참을성 떨어지는 분야다.
오후 네 시가 다 돼가는 시간.
증상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눈이 푹푹 들어가고, 눈 주위가 검게 변해갔다.
허리에 힘이 풀려서 싱크대에 팔꿈치를 받치고 서서 설거지를 했다.
어떤 손님이 백숙 주문하면서 삶아 달라고 했던 고구마 하나를 꺼내  
설거지하면서 우적우적 입속에 욱여넣었다.
냉장고에서 환타 하나를 꺼내어 벌컥벌컥 마셨다.
네 시가 넘어서야 언니가 돌아왔다.
모든 닭집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더란다.
마침 손님들도 싹 빠져나갔다.
뒤늦게 밥을 먹고 나서 선유동 계곡을 내려왔다.
그리고 그날 갑자기 꼬부랑 허리가 돼버렸다.

아랫집 언니는 날마다 온종일 저 일을 반복하는데,
날마다 이런 노동을 하는 이들이 태반인데.....
나의 나른한 일상과 늘 모자란 에너지가 참 야속하다.
스패너로 너트를 조이 듯,
나를 둘러싼 환경을 조금은 꽉 조여야겠다.


지난주까지는 밤마다 비염에 시달리느라
허리에 찜질팩 두르고 수면 양말까지 신고 잤다.
물론 여름에도 위아래 긴소매 황토 염색한 잠옷을 입고 잔다.
팔다리가 시려서.
비염은 나아졌는데 허리 때문에 다시 찜질팩을 두르고 잔다.
몸에서 옥수수 쉰내가 난다.













   




   
 

별똥별 떨어지던 날. 소소한



별똥별이 비처럼 쏟아진다고?

(. 그래서 유성우래.)

정말로?

(. 시간당 100개 이상 떨어질 거래.)

그래?

그렇담 꼭 봐야지.


밤 열시, 아이들을 데리고 곧 펼쳐질 우주쇼를 구경하러 나갔다.

집에서 가까운, 불빛 없는 곳, 딱 좋은 곳을 찾았다.

모 생협 전 회장님의 무덤가. 마침 그분 기일이 얼마 남지 않아 너른 무덤 주변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남서쪽 하늘에는 반달이 환하게 걸려있었다.

산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긴 했지만, 별이 더 잘 보이는 북동쪽에 돗자리 두 개를 깔았다.

아이들 몸에 보자기를 씌우고 모기 기피제를 뿌려준 뒤 네 식구가 쪼로로 돗자리 위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무덤가 주변은 풀벌레 소리만 가득했다. 시원한 밤바람이 불어왔다.

엄마, 근데 왜 별똥별이 안 떨어져?”

. 좀 기다려보자.”

엄마가 노래하나 불러줄게. 어릴 때 할머니가 가르쳐준 노래야.”

내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는 지오를 보자 어릴 때 똑같이 팔을 내어주고 노래를 불러줬던 엄마가 생각났다.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서너 개.

  반짝반짝 정답게 비추이더니.

  웬일인지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남은 별만 둘이서 눈물 흘리네.


엄마, 얼마나 기다려야해? 별이 비처럼 쏟아진다며?”

이럴 때 뭔가 동화 같은 멋진 이야기를 딸들에게 들려줘야 할 것 같은데 딱히 생각나는 이야기가 없다.

저기 북쪽에 있는 더블유 모양은 카시오페이아 별자리. 저건 북두칠성, 큰곰자리. 그리고 어...”

아는 별자리도 별로 없다. 별자리 보는 앱을 깔아서 보려고 휴대폰을 켰다가 너무 눈부셔서 꺼버렸다.

엄마, 저기. 나 봤어!

제일 먼저 별똥별을 본 나린이가 소리쳤다 

근데 소원 비는 걸 까먹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 별똥별은 넷이 다 함께 봤다.

어 저기 또 지나갔다.”

저쪽에도 떨어졌어. 봤어?”

지오는 한 개의 별똥별도 보지 못한 채 잠들었고 나린이는 세 개 봤다고 소리 지르더니 곧 조용해졌다.

잠든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집에 돌아오니 11.

아이들을 방에 눕히고 마당으로 나왔다.

트럭위에 올라가 그 위에 엎어놓은 양동이를 밟고 정목수 작업장 지붕 위로 올라갔다. 

상현달을 등지고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번에는 더 많이 떨어지겠지? 폭죽 터지 듯 정신없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낚였어. TV에서 호들갑 떤거야.'"

정말 그럴 줄 알았다. 황홀한 우주쇼가 펼쳐질거라 기대했었다.

"아 저기저기. 저건 되게 밝다."

"열 세 개, 열 네 개."

세 개의 별똥별이 동시에 떨어지는 걸 봤다.

이건 정말 폭죽 같았다.

슬슬 등이 아파왔다.

"우리 지금 왜 이러고 있는거지?"

트럭 밟고 내려가는 게 귀찮아서 새벽까지 계속 누워있었다.

깜빡 졸다가 별을 보다가를 반복했다.

하늘이 아주 까맣고 별이 밝게 보였다가 다시 희미해졌다가를 반복했다.

박쥐 두 마리가 눈앞에서 날아갔고, 지붕 아래서는 누렁이가 짖어댔다.


비처럼 쏟아지는 유성우를 보진 못했지만,

내 인생에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별똥별을 본 밤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 본 순간이 더 멋진 광경이었으리라.









 


아쿠아리움,터닝메카드 길위에서




 
아쿠아리움에 가는 것과 터닝메카드 뮤지컬 보러 가기.

이 두 가지가 방학 동안 아이들에게 꼭 지켜야 할 약속이었다.


"너 그런 데가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

"학교에서 가족에 대해 배울때 거기서 수족관 가는거 나왔어."

 머리 위로 상어랑 거북이가 헤엄쳐 다니는 그 곳. 아쿠아리움.

나도  TV로만 봤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래, 그럼 방학때 가자."

"엄마, 그리고 터닝메카드 뮤지컬도 꼭 보고 싶어."

터닝메카드는 아이들이 날마다 보는 만화프로그램이다.
미니카가 로봇으로 변신해서 서로 '배틀' 하는게 내가 아는 주된 내용.

지오는 터닝메카드 껌종이에 인쇄된 판박이 스티커로
손등과 팔에 캐릭터 그림 새기는게 취미다.

'메카니멀 고~~!' 라고 외치며 만화 속 주인공을 따라서
한 손을 번쩍 쳐들고 한바퀴 휘리릭 멋지게 회전도 한다.  

요즘 유아들이 푹 빠져있는 이 만화가 뮤지컬로 만들어져서 대박이 났다.
지난 2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 공연을 마치고
다시 서울에서 앵콜 공연을 하고 있는 중.
이 모든 건 나린이 때문에 검색을 통해 알게된 사실이다.   


코엑스아쿠아리움과 올림픽공원에서 하는 터닝메카드 뮤지컬 보러가기.
이 미션 수행을 위해서, 이 폭염속에서
2박 3일 서울 여행을 감행하게 되었다.

에어컨도 안 나오는 고물 트럭을 타고서~~























다이빙 열전 바람의 아이들



솔멩이골 아이들의 다이빙 릴레이.


뛰고, 뛰고, 또 뛰고 ~
저걸 수십 번 반복한다.

뛰어내리며 한 마디씩 외치기도 한다.

"나는 슈퍼맨도 **맨도 아닌, 자연인이다."

아이들이 줄줄이 따라 외치며 풍덩한다.


"나도 자연인이다."


한 아이가,

"핫바랑 핫도그 먹고싶다," 하자

뒤이어

"나는 라면 먹고 싶다."

"나는 피자 먹고 싶다." 하며

풍덩,

풍덩


 해병대 훈련하냐?



필리핀과 베트남의 피가 흐르는 세 명의 아이들.
여자애 둘은 몸매가 너무 이뿌다.
아이들이 저리 섹시해도 되는거야?
반면에 한국 여자애들의 몸매는 참 순박하다.  
다이빙과 수영하는 자세도 확연히 다르다.
마치 작은 아기 고래들 같다.
처음에 정말 어설프게 다이빙하던 나린이도
수십번 풍덩하더니 제법 잘 뛰어내린다.
지오도 튜브타고 언니 오빠들 따라서 수차례 입수했다.


달궈진 모래에 뒹굴며 몸을 뎁히는 방법도 안다.


 게걸스럽게도 먹는구나.

맛없어진 옥수수도 이럴 때 가져가면 모두 해결된다.


도시에서 놀러온 이모 삼촌들과 물놀이 한판.



급기야 그들의 보트를 갈취해서


제것인 양 신나게 갖고 놀았다.

래쉬가드, 아쿠아슈즈 이런거 필요없다.


 팬티 한장만 달랑 입고 노는,

그래 니들은 자연인이다.



  









원피스 절대 안 입을 거야. 바람의 아이들



작년까지만 해도 지오의 꿈은 라푼젤이 되는 거였다.
더디게 자라는 머리카락 때문에 집에 오면 늘
언니 스타킹을 머리에 쓰고 마치 자기 머리카락인 양
애지중지 어루만지며 고무줄로 묶고 땋으면서 놀았다.
네 살 때는 공주풍 드레스에 푹 빠져서
바닥에 질질 끌리는 공단 드레스를 입고
어린이집에 가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아이의 취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치마를 절대 안 입는다.
앙증맞고 귀여운 원피스가 옷장 안에 가득한데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요지부동이다.

"이거 엄마가 사준 건데,
제발 한 번만 입자."

작년에 큰맘 먹고 산 원피스가 있는데
한 이삼 년 입으라고 큰 사이즈로 사서
 참 헐렁하게 입었었다.
올해는 좀 맞나 했는데 절대 안 입겠단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때 딱 맞는 걸 사줄걸...

지오가 고르는 옷은 오로지 티셔츠와 반바지.
심지어 소매 없는 티도 안 입는다.
구두도 샌들도 모두 노노!
오로지 운동화만 신는다.
   
'이건 정말 예쁜데 꼭 한 번 입었으면 좋겠는데'
딸 키우는 엄마 마음이 이런 걸까?
싫다는 아이를 간신히 꼬드겨
지오 몸에 딱 맞는 원피스를 간신히 입혔다.

"우와. 너무 예쁘다. 이제 버스 타러 가자."
    
웬일로 순순히 입었다 했는데 다시 벗겨달라며 난리를 친다.

"그럼 유치원 안 갈 거야."


그래 . 이젠 포기다.

나도 절대 원피스 안 입힌다.

올해 지나면 작아서 못 입을 것 같아서
치과에 가야 하는 지오를 데리러 유치원에 갈 때
원피스를 잔뜩 가져갔다.
현관에 우르르 몰려나온 다섯 살 여자아이 셋이
가방안에 든 원피스를 보고 환호성을 지른다.

"선생님 저 이거 입을래요. 저두요."

"그래, 얘들아. 하나씩 골라 입어라."

유치원 선생님께 옷이 든 가방을 주고
지오를 데리고 나왔다.
치과에 갔다가 유치원에 되돌아와 보니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밖에 나와 있었다.

제 마음에 드는 원피스 하나씩 골라 입고  
잠자리 채를 하나씩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웃겼다.





 
집에 돌아온 지오에게

"지오야. 동생들이 네 원피스 입은 거 보니까 너도 입고 싶지 않아?"

"아니."

"그래. 그럼 됐다."













요즘 아이들 유머 바람의 아이들



나린 : 엄마, 세상에서 가장 쉬운 숫자가 뭔지 알아?

   나 : 뭔데?

나린 : 쉽구만.

엄마, 나도 문제 낼께 맞춰봐.

지오 : 백 곱하기 백곱하기 백곱하기 백곱하기 하면 어떻게 되게?

   나 : 아 어렵다. 뭐야?

지오 : 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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